회사원들 '로또펀드' 붐
회사원들 '로또펀드' 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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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만원씩 갹출로 당첨 확률 높여
30대 개미들 사이에 신종 로또펀드가 유행이다. 약 400억이라는 사상 초유의 로또복권 당첨금을 놓고 회사원들이 몇십만원씩 갹출, 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것.

로또복권의 1등 당첨확률은 814만분의 1로 알려졌다. 번개를 한 번 맞고 살아났다가 다시 한 번 번개를 더 맞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이라고 한다. 이 확률을 낮추기 위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회사 동료들끼리 아름아름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당 20만원씩 5명을 모아 100만원어치 로또복권을 사면 당첨확률은 1/16280로 뚝 떨어진다. 펀드금액이 커질수록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친구로부터 펀드가입 권유를 받았다는 한 은행원은 친구들 넷이 벌써 펀드를 만들었더라구요. 다시 오지 않는 기회라며 제안하니 저도 귀가 솔깃해서 펀드에 가입했어요라며 최근의 로또붐을 실감나게 했다.

펀드를 만든 대부분 회사원들은 펀드금액으로 100만원 안팎을 선호했다. 금액이 너무 크면 당첨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수작업이 상당한데다 배분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회사원은 회사 프로젝트로 제안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회사의 목적이 이윤 내는 건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잖아요라며 복권이 이윤 획득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원래 로또복권은 한 사람이 10만원이상 구입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시중에서 이 룰은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여러군데서 수십, 수백장을 살 수 있다. 때문에 지하철이나 길거리 어디에서든 로또 복권 용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의 30대는 대박을 꿈꾸는 세대로 전락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이들은 IMF 와중에 구조조정으로, 명퇴로 목이 잘려나간 5,60대 선배들을 직접 목도했다. 게다가 신기술로 무장한 파릇파릇한 20대들이 뒤를 쫓아온다. 매체에서는 매일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례들이 소개된다. 30대의 심리적 불안감은 증폭되고 복권은 이제 복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탕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증권사 직원, 은행 직원들 모두 최근 대형 금융사고의 핵심 멤버로 자주 등장한다. 범죄에 가담한 금융인들 대부분은 30대 가장들이다. 가족의 행복을 꿈꾸는, 윤리의식은 옅어진 반면 대박의 착시현상은 강렬해진 386들인 것이다.

복권 붐이 궤도를 한참 이탈하면서 그 이득은 고스란히 국민은행으로 돌아갈 것 같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팔겠다던 김정태 행장이 스톡옵션 이후 복권으로 다시 한 번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로또 열풍으로 사람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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