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등대없는 항해 '한국경제'
<데스크 칼럼>등대없는 항해 '한국경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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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기 경제전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불안정한 작금의 경제상황으로 미루어 안하기로 했다기 보다는,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보다 정확할 것같다.
대한민국의 경제주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제전망은 한국은행의 그것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길라잡이요, 한국경제호를 이끄는 등대와도 같다.

그런데 경제전망을 포기하다니...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한국개발 연구원(KDI)의 이번 경제전망 포기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 4분기 이후 두 번째이다.
그래서 전혀 생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당시보다 크게 다가온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IMF구제금융상황과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가경제가 파탄(외환위기)에 이르러 모라토리움(국가채무불이행)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과 지금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경제전망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KDI는 헌법 재판소가 내린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 무리한 전망을 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환율, 유가, 중국 상황등 여러 가지 돌발 변수들도 경제전망을 어렵게 하는 이유들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같은 KDI의 지적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행정수도이전은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 또는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엄청난 사업임에 틀림없다.
경제적변수로서의 의미 또한 간과할 수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KDI가 경제전망을 피해야할만한 사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 전망은 앞으로 5년, 10년에 대한 전망이 아니지 않는가.
분기전망, 즉 지극히 단기적인 전망인데 아직 시작도 하지않은 사업을 들먹거리는 것은 웬지 석연치가 않다.
더구나, 환율, 유가, 중국상황등을 경제전망을 하지 않은 이유들로 지목한 것은 더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제상황을 좌우할 변수들은 시시각변하기 마련이고, 이들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겨난 변수들도 아니다.
KDI라면 이런 변수들의 움직임을 항상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전망을 하라는 것이 존재이유의 근본인데 이를 들먹거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앞서 지적한 경제전망을 하지 않은 이유들이 비상식적이기에 상식적으로 한번 바꿔 생각해 보자.
경기 전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나빠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각종민간 경제 연구소들의 경제 성장 전망치가 각기 다르고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는 기관별로 그폭이 1%P에 가까울 정도로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 여건이 어렵다 하더라도, 상황이 어려울수록 전망 제시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국책 연구소에서 경제 전망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등대 없는 어두운 바다와 같다. 등대가 없으면 배들은 어두운 밤바다에서 방향을 잡을 수도 없고, 방향을 모르는 배들은 항해를 계속하기가 힘들다.
한국 국민은 이제 전망 없는 경제 사회에 살게 됐다.

우리의 기업인, 중소기업 수출전사, 외환담당자, 투자분석가, 증권브로커 등등 한국 경제주체의 실무 담당자들은 전망 없는 경제를 맞아 당장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고 있다.

무리한 전망으로 우리 경제에 파장을 일으킨다면, 국책 연구 기관이 전망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경제 생활을 영위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전망을 하지 못한다면 무리하지 않은 전망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결과가 보이는 전망, 남들도 다하는 쉬운 전망이면 굳이 국책 경제 연구소를 운영할 이유조차 없다.

이번 KDI의 분기 전망 포기로 한국의 많은 경제 관련자들이 적잖이 실망했다. 일부에서는 경제 예측 기관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 부족 시비마저 제기하고 있다.

전망을 못해 국민 경제의 방향을 모르게 하는 국책 경제 연구 기관에 혈세를 부담하는 국민들의 실망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비록 틀린다 하더라도, 각주를 달아서라도, 혹은 후에 구차한 변명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가 경제를 진단하고 전망하고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 국책 연구소의 책임과 의무이다.

부정적 전망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망없는 혼란이라는 점을 이기회에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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