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맞은 김중수 '功過'
취임 1년 맞은 김중수 '功過'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달 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예측할 수 없는 국내외 경제 상황 속에 중앙은행 총재 '신고식'을 혹독히 치른 김 총재이지만 그를 향한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에 한은의 존립목적인 물가안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십여년 만에 실시한 한은의 조직개편과 글로벌 마인드 고취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전해지고 있다.

◆ '過' 물가관리 실패…시장 소통 '엇박자'

김 총재가 가장 크게 점수를 잃은 부분은 단연 '물가'다. 소비자 물가가 당초 한은의 예상치(3±1%)를 상회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있다. 이달 소비자 물가가 5% 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일본 지진사태, 리비아 사태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상황을 악화시킨 점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외부의 탓으로 돌릴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김 총재는 취임 후 총 네 차례(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과 3월)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1%포인트를 인상했다. 이에 한은은 글로벌 관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빈도 및 폭은 대체로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시장과의 '엇박자' 소통이었다. 특히 지난해 9월과 10월, 김 총재의 '깜빡이'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예상을 깨고 동결했을 당시 비판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 후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분분해졌고, 일각에서는 금통위의 역할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김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에 더 무게를 뒀었다면 금리 인상 효과를 봤을꺼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시장에서 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뉘앙스로 발언했던 다음달에 시장의 예상과는 금리 동결로 나오면서 시장과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기조는 좋았지만 시기를 놓친 측면과 시장의 혼란을 줬던 측면은 아쉽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실장 역시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시장과 소통이) 잘 됐다면 정책효과가 더 잘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총재는 완화적인 표현으로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편으로 삼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다른 타이밍에 금리 인상이 '깜짝쇼'가 됐다"고 말했다.

◆ '功' 조직 분위기 쇄신…전문성·글로벌 마인드 강조

한국은행의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선진 중앙은행을 목표로 글로벌적인 감각을 직원들에게 고취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김 총재는 부서간의 원활한 소통과 조직 및 인력 운영의 유연성 취지 하에 직군제를 폐지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전문인력의 외부채용을 확대하고, 여성 및 지방대학 출신 인력 적극 활용하는 등 개방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은의 한 직원은 "조직개편이 일부 직원들에게는 탐탁치 않을 수 있겠지만 조직간 업무소통이 원활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장기 연구과제의 발굴과 심도있는 연구를 취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제도를 도입하고 '연구위원회'를 신설했다.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역할과 업무에 의문점을 제기해왔지만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김 총재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이 한 부총재보는 "해외 금융기관과 자리를 함께 할 때 대외적으로 한은의 역할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는데,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김 총재는 한은이 국내 중앙은행에서 머물지 않고 세계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해야 한다는 기조를 지난 1년간 이어왔다.

취임 이후 총 12명의 직원이 외국중앙은행과 국제기구에 신규 파견하는가 하면, 국제기구(IMF)와 기관 차원에서의 공동연구를 처음으로 추진했다. 무엇보다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은 한국의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활 연구위원은 "그 동안 한국은행의 시각이 글로벌보다 국내에 맞춰졌었는데 김 총재 이후 글로벌한 흐름도 파악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