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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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는가 싶던 세계 경제가 다시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미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일각에서는 220달러까지도 예상하는 터다. 게다가 지난해 전 세계적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추세가 이번 유가 급등으로 더 추진력을 얻어 위기에 위기를 더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이 임박한 불안으로 거론되고 한발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물가급등의 요인이 겹겹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내내 수출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느라 물가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뒀던 한국 정부도 이처럼 사태가 급박해지자 비로소 심각성을 인식하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플레 위협을 거론하고 나섰다. 단기적 수급안정대책과 함께 관세인하, 정부공개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시장친화적인 구조개선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특히 구조적 물가안정을 위해 석유`통신요금`해외곡물조달 관련 태스크포스가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미 그동안 오른 물가만으로도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물가가 다시 급등한다면 그때는 단순히 인플레이션만 걱정할 단계를 넘어선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 조차 당장의 우려가 아닌 듯 진단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결코 낙관할 상태가 아니다. 유가가 200달러에 육박한다면 그때는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가든 곡물이든 한국은 지극히 취약한 대응 구조를 갖고 있다. 유가는 전량 수입하는 것임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니 그렇다 하고 곡물은 일반 대중의 눈으로 볼 때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쌀이 남아돈다는 소리를 숱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인 곡물 소비량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곡물수입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곡물의 대종은 밀가루, 옥수수, 콩 등으로 밀가루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료곡물이다.

1차적으로는 잇단 전 지구적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이 줄어든 것 때문이지만 그밖에 불안해진 식량사정을 이용하려는 곡물메이저들의 투기로 인한 가격상승폭도 크다. 게다가 전 세계가 산업화를 지향해 나가다보니 곡물대국들도 농업 비중을 줄이고 공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논`밭을 뭉개 아파트를 짓느라 해마다 농지가 줄어들지만 적잖은 곡물대국들은 공장 짓고 길 내느라 곡물 생산이 줄어드는 일면도 있다.

이미 유가든 곡물가든 원자재 가격은 점화된 로켓처럼 치솟고 있다. 이런 현상이 정부나 정책입안자들의 기대처럼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화 바람은 도미노 현상처럼 이웃나라로 번져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이미 꼬리를 물고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번져가고 있어 리비아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중동국가들도 민심달래기에 나섰다지만 모든 나라가 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성장 위주 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물가 안정과 가구별 지출여력 증대에 역량을 집중해야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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