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사우디로 확산되나
반정부 시위 사우디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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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지은 기자] 중동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물결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아랍권 최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해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지역을 넘어 이란, 예멘, 바레인 등 걸프만 연안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20일(현지시간) 아랍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사우디의 청년층이나 시아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특히 석유 매장량이 세계 5위 규모에 달하고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12%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 최대 은행인 에미리트NBD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게리 듀간은 "사우디의 주요 유전이 바레인과 맞대고 있는 동쪽 국경지대에 집중돼 있는 만큼 바레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사우디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유가상승과 증시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레인에서는 오랜 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이 폭발해 지난 14일부터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 가량 바레인을 통치하는 과정에서 전체 인구의 75%인 시아파를 차별한 데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수니파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우디의 시아파 세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009년 낸 보고서에서 최근 리비아나 알제리에서 발생한 시위가 사우디로 확산될 경우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16%가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은 트레이더들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도 치솟고 있는 실업률이 반정부 시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정보통계부(CDSI)에 따르면 20~24살 청년 실업률은 2000년 28.5%에서 2009년 39%로 급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가 사회적 불만의 표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사우디-프랑스 은행(Banque Saudi Fransi)은 "사우디 정부는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막대한 오일머니를 활용해 대중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사우디의 순 외화자산이 440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게리 듀간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MENA) 펀드를 내다 팔고 있으며, 헤지펀드들만 예외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이 지역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머징마켓펀드에서는 지난주 54억5000만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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