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은행권…노사갈등 왜?
'부글부글' 은행권…노사갈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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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인사체계 도입·임금협상 등 입장차 '첨예'
생산성 향상 필요 vs 사실상 구조조정 절차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연초부터 은행권의 노사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임금 및 인사체계를 둘러싼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을 뿐 상대방을 향해 잔뜩 세운 뿔을 여간해서는 꺾지 않을 기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노조는 성과중심의 새로운 인사체계 도입 및 임금, 인수·합병(M&A) 등의 이유로 사측을 상대로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성과향상추진본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중이다. 성과추진본부는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영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본부배치 후 6개월간 평가를 거쳐 목표를 달성하면 현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1년간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감봉 등 징계를 받고 2년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면직 처리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희망퇴직 당시 퇴직 권고를 받고도 남아있는 직원 1100명 중 저성과자 219명을 지난 17일 성과추진본부에 배치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 3일부터 서울여의도 본점 로비와 13층 행장실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성과향상 프로그램 시행중단에 대한 법원 가처분 신청을 냈고 18일에는 경영협의회 회의실 진입 등을 시도했다.

또한 사측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둘러싸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폐지는 사회적은 분위기와 역행하는 것이며 폐지에 적극 반대한다"며 "노조와의 합의 없이 강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도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노사가 불화를 빚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4급 이하 직원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개인별 성과급제 도입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성과가 낮은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매년 지점장들을 평가해 영업실적 하위 5~10%인 지점장에 대해 개인별로 목표치를 준 뒤 1년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봉을 18% 삭감했다. 그러나 앞으로 저성과자의 경우 목표달성률이 50% 미만이면 연봉의 최대 45%를 삭감하고 대상도 지점장급에서 전 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실상 이들을 퇴출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도 노사갈등의 쟁점이다. 임단협 합의를 마친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은행들은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6년간 임금동결로 타 은행 대비 10~30%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의 임금수준을 감안해 두자릿수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2% 인상도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을 겪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대표자 교섭이 결렬되자 12.4% 임금인상 및 충청사업본부 임금과 인사제도, 직렬차별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을지로 본점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9개 금융기관 노조로 구성된 국책기관노조협의회는 저부의 성과연봉제에 반발해 법률소송을 준비중이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인수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외환 노조는 지난해 11월 16일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협약을 체결한 이후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금융위원회 앞에서 매일 집회를 가져왔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외환은행 노조와 공동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금융노조 33개 지부 대표자들은 중앙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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