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슬픈 운명
개미들의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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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지 주식시장에 소액을 투자하는 이들을 개미라고 부른다. 시장규모에 비해 미미한 투자금액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소액투자자들의 투자행태를 보면 정말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트레이더들이 활동할 만큼 주식시장에 참가하는 개인들의 투자지식도 시장의 연륜과 더불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리저리 고수익을 쫒아 몰려다니는 시중 유동자금 중 일부는 시장이 달아오르면 뒤늦게 뛰어들어 큰 손실을 입고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류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의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떠도는 소문을 정보로 확신하고 남들이 많이 사는 주식만 뒤쫒아 가며 매입한다. 그러면서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식 가격에 거품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본인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는다.

한국 주식시장의 시초로 삼는 미두장(정확한 명칭은 미두취인소로 일제강점기에 인천에 처음 들어선 곡물 선물시장, 쌀과 콩을 주로 거래했다)에서도 유사한 현상들은 나타났었다. 미두장에서 큰 돈 벌었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이들 가운데 다수는 빈손 털며 시장을 떠나야 했다는 당시 기록이나 전해지는 얘기들이 있다.

이런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는 마치 단체관광객들이 가이드 등 뒤만 보며 줄줄이 따라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다. 개미들도 들여다보면 그런 방식으로 분주히 오간다.
 

그 소위 개미들이 지금 주식시장에 몰려들자 주가가 지금 꼭짓점이 아니냐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개미들은 시장에 몰려드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썰물 빠지듯 연일 빠져나가며 주가지수는 하루하루 곤두박질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미들이 적극적인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지만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저들이 어떤 손실을 입고 어떤 사회적 파장을 낳게 될지 염려스럽다. 주식시장의 규모로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은 미미하지만 그 개개인에게는 투자 가능한 전 재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등 대형 자금 간의 공방으로 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최고점에 이를 즈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미들은 결국 고점에 사고 고점을 진단한 대형 자금들은 슬그머니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결국 시장은 침몰하고 개인들은 큰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개미처럼 맥없이 큰 손실을 입으며 가계가 휘청거리는 위기를 겪는다.

이런 개인들의 투자금 손실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증권 산업과 대형 투자자들의 수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번 개인투자자들이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 미리 예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시장이 과열되었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시점이 되면 달아오른 시장을 향해 몰려드는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빠져나가는 자금의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만 하고 마는 일은 그동안 여러 차례 되풀이 돼 왔다.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일명 깡통계좌라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시장이 달아오르니 흥분한 개인투자자들까지 신용으로 주식을 사고팔다 빈 통장만 남게 된 개인들이 사네 죽네 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 경쟁에 내몰려 고객의 돈을 갖고 임의대로 주식을 사고팔다 고객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 증권사 직원들을 비난만 하기도 안쓰러웠던 것이 실적 독려에 등 떠밀리며, 혹은 과열된 시장에 스스로 흥분해서 본인 가족이나 친지들까지 시장에 끌어들이고 스스로도 깡통을 차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늘 시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분수껏 투자금액 범위 내에서만 사고팔지 않고 신용으로 크게 먹겠다는 투기 심리다. 전문가도 아닌 그들의 그런 투자 행태는 프로 도박꾼들 사이에 끼어든 아마추어 도박꾼만큼이나 위태롭다.
 

그러나 개미들의 그처럼 위험을 무릅쓴 투자행태에는 간접투자에 대한 낮은 신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들이야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 투자금액을 반 토막 만들 수도 있지만 펀드운용자들은 전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을 반 토막 낸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불안한 개인들을 진짜 개미로 만들고 있다. 기왕 위험할 거라면 스스로를 믿고 말겠다고 모험을 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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