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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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인사말씀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출발을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 한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 모두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어렵고 힘든 자리를 가리켜 "사돈집 안방 같다"고 합니다만, 시기로 보나 임무로 보나 지금의 금융위원장 자리가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중요한 때에 금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깊은 사명감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먼저, 전례 없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신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진두 지휘해주신 진동수 전임 금융위원장께도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세계경제 회복 지연, 유럽 재정위기 등 어려움 속에도 금융위기를 신속하고 모범적으로 극복한 데 이어, G20 의장국으로써 주요 금융개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미소금융에 이어 햇살론을 도입함으로써 서민금융의 새로운 이정표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PF 대출 부실, 가계대출 증가 문제, 글로벌 경쟁력 부재 등 많은 과제가 마치 압축파일(zip)처럼 쌓여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취임 첫날 저는 여러분에게 "국민에게 존재감 있는 금융위원회를 만들어가자"고 제안 드립니다.

국민들이 "내게 도움이 되는 금융위원회", "내 문제를 해결해 준 '우리'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지금부터 그 길을 여러분과 함께 가고, 북돋으며 가고, 부축하며 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헌신을 기대합니다.


Ⅱ. 금융위원회의 갈 길과 할 일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앞으로 우리 금융위원회가 추진해야 할 핵심과제 몇 가지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금융시장의 안정과 질서'의 확립입니다.

금융산업의 주역은 금융회사이며, 따라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금융회사 스스로가 큰 몫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한편, 창의와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자율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기본 근간인 '질서 및 규율'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질서 확립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수호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에는 단호히 그리고 엄정히 그 책임을 묻고, 시장의 실패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시장안정을 위해 확고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금융위원회의 '존재감'만으로도 시장의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실물경제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입니다.

금융부문이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그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新성장동력 지원,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과제들은 금융의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고, 정책금융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셋째,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충입니다.

글로벌 금융규제 개편 등 국내외 환경변화를 금융산업 발전의 계기로 활용해 신사업 역량 강화, 해외진출 확대 등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G20 합의사항의 과제별 실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금융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넷째, 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입니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금융시장의 취약요인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 문제가 더욱 커지고 풀기도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의 수호자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좀 더 심도 있게 금융시장을 살피면서, 한발 앞선 대응노력을 펼쳐야 하겠습니다.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부실 우려 PF대출을 신속하게 정리해 불필요한 위기확산 우려를 방지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외환건전성 제고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시중유동성의 쏠림 방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서민금융의 내실화입니다.

옛날 장자(莊子)가 길을 가다보니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작은 물 웅덩이 속에서 붕어 한 마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더랍니다.

장자가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하자, 붕어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물 한 바가지"라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학철지부(涸轍之鮒)'라는 고사성어이며, "근본적인 처방 못지않게 긴급 대책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서민에게 미소금융과 햇살론은 물 한 바가지처럼 소중합니다.

미소금융의 접근성을 높이고, 햇살론을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어느 과제 하나 손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기본을 놓치지 않는 조직문화와 집요한 실행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만을 보지만,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낸다"는 윈스턴 처칠경의 말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북돋아야 하겠습니다.


Ⅲ. 업무자세에 대한 당부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밖에서 본 여러분들의 능력과 열정은 금융위원회의 선배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에 덧붙여 몇 가지 업무태도를 주문하고자 합니다.

첫째, 전문성입니다.

종(縱)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으면서, 횡(橫)으로도 폭넓은 경험과 네트워킹을 보여주는 사람을 'T자형 인재'라고 부릅니다.

넓고 큰 시야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런 인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둘째, 소통 능력입니다.

가전제품은 플러그에 꽂아야 작동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늘 플러그인(Plug-in) 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유능한 강연자일수록 청중과 눈을 맞추듯이(eye contact), 금융시장과 눈을 맞추고,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과감하고 단호한 실행 능력입니다.

현장과 호흡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상황을 신속히 장악하고, 핵심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자기 책임하의 과감한 결단도 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넷째, 금융산업 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입니다.

"배려도 품앗이"라고 합니다.

먼저 배려하고, 먼저 상대방 처지에서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공무원은 작은 민원도 크게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모성적 섬세함과 따듯함을 갖추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새해 업무에 앞서 우리의 좌표와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전열을 정비합시다.

손자병법의 그 많은 전략도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네 글자로 압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군사를 움직여 싸울 때의 변화무쌍한 전략을 말하는데,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 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말처럼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우리 금융위원회가 그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금융산업의 맥박이 쿵쿵 뛰길 소망해 봅니다.

서민의 삶에 윤기를 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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