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대지 말고 당당하게
핑계 대지 말고 당당하게
  • 홍승희
  • 승인 2004.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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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한국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고 한다는데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를 못하겠다며 끊임없이 해외로 길 떠난다고 야단들이다. 정부가 불안해서 못해먹겠고, 노조 때문에 못해먹겠고, 고임금 때문에 못해먹겠다며 중국으로, 중국으로 달려들 간다.
한쪽에서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우려한다. 이제는 단순히 생산기지만 옮겨가는게 아니라 대기업들의 경우 아예 연구조직까지 현지로 옮겨간다고들 야단이다.
그런 기업들이 정말 중국은 한국보다 어떤 면에서 얼마나 기업하기 좋다고 여기는 것인가.
중국의 임금 수준은 분명 현재의 한국보다 매우 낮다. 그러나 제반 복지비용은 국내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농산물을 제외하면 여타의 물가도 높다고 한다. 그 비용을 상쇄하고 나서도 대충 국내에서의 생산비용에 비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기업하기 좋은 조건은 무엇인가. 인건비와 생산원가가 중요하긴 하다. 훈련된 인력이 충분하냐는 것도 중요하다. 그 뿐인가. 기업 설립 과정은 얼마나 간편한가. 그밖의 행정서비스는 얼마나 잘 되고 있나. 금융지원은 충분한가. 원자재 공급은 원활한가. 자사 상품의 시장 밀착도는 높은가. 시장은 충분히 넓은가. 따져볼 것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각각의 조건 가운데 한두가지만 보고 들어갔다가는 그 어느 시장에서도 오래 버텨내지 못한다.
그럼 현재 국내 기업들이 엘도라도를 찾아가는 서부개척자들처럼 골드러시를 기대하며 찾아가는 중국은 그 모든 조건에서 국내보다 얼마나 유리한가. 인건비는 분명 한국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복지비용이 국내에 비해 월등히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폭이 거의 1/2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국내에서라면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복지수준을 요구받아도 그곳은 남의 나라 땅, 수용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중국의 인건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불과 3~4년 내에 국내 수준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단순히 값싼 인건비만 보고 들어갔던 기업들 대부분이 이미 빈 손 들고 나왔다. 투자비만 엄청나게 날린 채 문닫은 중소기업들도 많다.
몇몇 산업 활력이 높은 도시에서는 원스톱 행정서비스까지 선보인다고도 한다. 뭐 하나 시작하려면 한보따리 수북한 서류 준비에서부터 지치게 하는 국내 관청들을 상대하다 그런 행정서비스를 받으면 황홀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을 들고 가 현지인들을 훈련시키고 가르칠 수 없는 업종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굉장한 서비스를 받으며 회사를 설립했어도 기술 빼먹고, 자본 우려내고 나면 그때가서 처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솔직히 우리가 경제개발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체험했던 일이다. 국내 기업들이 합작법인 설립할 때 당연히 기술이전 받고 웬만큼 훈련되고나면 합작 해외기업들에게 어떻게 했던지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는 뻔한 결과다. 결국 우리는 머잖아 기술이전 받은 중국 기업들의 인해전술에 고전할 각오를 다져야 할 형편이다.
그럼 국내에서보다 금융지원은 잘 받고 있는가. 쌈짓돈 가지고 기업 시작해서 순전히 금융에 의존해 기업 덩치 키워온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기업 할 수 있을까.
현지에서 받는 대우를 국내에서 감수하기로 든다면 과연 중국보다 기업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중국으로 가는 기업들은 어차피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 시장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 가는 것이다. 분명 지금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는 매우 높고 기업들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당연히 그 시장 공략에 최선의 방법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해외투자가 죄 될 일도 아니다. 그러니 괜스레 다른 핑계는 대지 말자.
다만 남 장에 가니 오줌통 지고 따라 나서는 꼴로 부화뇌동하는 기업들이 국내 산업 분위기마저 깨지 말았으면 싶다. 성장통이 깊은 한국 경제에 타격주는 일은 정말 피해야 할 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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