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업 '밥그릇 쟁탈전'…시장재편 속도 붙나
선물업 '밥그릇 쟁탈전'…시장재편 속도 붙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물사 수익악화 ·증권사 자체물량 '급급'
수익성위해 합병 불가피…"업계 재편돼야"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지난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증권사가 선물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선물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자본력과 점포망 등 앞선 영업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는 증권사에 텃밭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증권업계의 사정이 마냥 여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물시장 파이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전문인력 기근과 시장 네트워크 한계 등으로 초기 인프라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 탓에 선물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물사와 증권사의 과당경쟁에 따른 부당 영업행위를 불식시키고, 시장경쟁력 및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자통법 시행 후 지난달 말까지 선물업(장내파생상품 투자매매ㆍ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총 28개사, 이 중 해외선물을 취급할 수 있는 증권사는 18개사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선물사는 2008년 12월 14개사에서 지난달 말 현재 9개사로 5개사가 줄었다.

선물업계의 수탁수수료 수입 역시 감소 추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선물사들의 순이익은 115억원으로 2009회계연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9월 말 현재 선물사의 자산총계는 2조1000억원으로 증권사가 선물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말 2조2000억원을 고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선물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이 장내 파생상품을 직접 매매·중개하고 나서자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물사들은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열 증권사와 합병하거나 증권회사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14개 선물사 가운데 자통법 이후 증권사로 전환한 곳은 부은선물(비에스투자증권), 한맥선물(한맥투자증권) 등 2곳이며, 동양선물은 동양종합금융증권과 합병했다. 또 맥쿼리선물과 제이피모건퓨처스는 청산 또는 해산 절차를 밟았다. 내년 2월에는 KB선물이 KB증권과 합병할 예정이다.

증권사들 역시 사정은 여의치 않다. 최근 각광받는 달러선물 및 FX마진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각각 47.1%, 50.2% 수준으로 선물회사를 금방이라도 앞지를 기세지만, 아직 선물업 전체 시장점유율은 2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 증권사들이 외부영업이 아닌 자체물량 해소에 나서고 있고, 위탁부분에 있어 신규투자자 창출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지난 1년 간 증권사의 자기 부분 거래는 미국달러선물에서 44%, 3년국채선물에서 165%가 늘어난 반면 위탁 부분 거래 증가율은 각각 21%, 7%에 그쳤다.

증권사 파생상품영업팀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들 중 실제로 외부영업을 하는 곳은 키움, LIG, IBK, 신한투자 등 5~6곳으로 추산된다"며 "한국투자, 현대, 하나대투 등 대형사들은 현재 자체 자산운용 물량만 처리하는 것에 급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같은 계열 내 별도의 선물회사를 가진 경우, 이중투자 등의 문제로 복수로 선물업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선물사들은 다양한 파생상품거래를 위해 모회사인 증권사와의 합병이 불가피해 선물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계속된 실적악화로 NH, 유진, 우리선물 등은 시장에서 모회사인 증권사들과의 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파생상품업무를 위해 한 대형증권사는 자체 HTS를 손보고 국내 및 해외 영업망을 깔고, 인력 등 간접비용을 포함해 약 30~4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현재 한달 실익은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선물사는 전체 임직원 70명에 임원만 9명에 달해, 이른바 증권사 임원들의 '퇴직 자리보존형'으로 임원자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파생상품영업팀 관계자는 "수익보다는 자체물량 해소를 위해 선물업에 진출한 곳도 있는 걸로 안다"며 "또한 증권사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선물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가기 위해, 이른바 '자리보존형'으로 선물사들이 존재하는 곳도 있다"고 귀뜸했다.

업계관계자들은 파생상품시장 지배력 강화 및 전문성을 위해서는 시장재편이 1차적 과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물사와는 달리 증권사는 위탁자금을 IB(투자은행)나 해외딜링, CM(상품운용) 등 여러 곳과 연계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객자금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증권사와 선물사 포함, 전체 15~6개사들만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시장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