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에도 94개사 '아웃'…'사상최대 퇴출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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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89개사 뛰어넘어
개미, 코스닥시장 불신감 '팽배'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추워진 날씨만큼 증시에도 매서운 퇴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꿈의 2000선'에 안착, 상장사들에게는 따뜻한 훈풍이 불고 있지만 실질심사 강화 등으로 증시에서 쫓겨나는 한계기업 역시 속출해 퇴출기업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상장폐지가 완료된 주권(투자회사 등 제외)은 유가증권시장 20개, 코스닥시장 74개로 모두 94개사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83개를 훌쩍 뛰어넘었고, 지난 1999년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한계기업이 사상 최고조에 달했던 89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횡령·배임 등이 잦은 코스닥시장에서 퇴출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며 자본전액잠식, 감사의견 거절 등과 같은 양적 요건이 아닌 경영진들의 횡령·배임행위, 매출액 부풀리기 등 질적인 요건들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74개사 중 회계처리위반, 횡령·배임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받은 기업은 28개사로, 지난해(16곳) 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현재 교육용품업체 에스브이에이치는 현 대표이사 김모씨가 90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지난 8일 매매가 정지돼, 상장폐지 실질심사 첫 단계인 거래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 네이쳐글로벌 역시 영업정지 및 불성실공시 등의 사유로 실질심사위위원회로부터 상폐 결정을 받은 상태다. 오는 24일까지 상폐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처럼 대형주가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은 결산감사 직후인 4~5월에 상장폐지가 집중되는 편이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실질심사 사유가 상시로 발생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코스닥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증시건전성을 위해 도입한 실질심사에도 불구, 아직도 코스닥시장에서는 불건전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코스닥기업의 기업공개(IPO) 때부터 회사경영, 재무상태 등의 질적인 요건부터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대형주 위주의 강한 상승흐름이 연출되며 코스피시장은 2007년 사상최고점에 바짝 다가섰지만, 코스닥시장은 500선 언저리에서 지지부진한 장을 연출하고 있어 오히려 연초보다 지수가 하락해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테마주열풍으로 개인들의 과열양상까지 나타나며 2007년 당시 800선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지만, 올해 대형주위주의 장세가 연출되며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 8월 시총 4000억원의 네오세미사태 퇴출사건 등이 벌어지며 코스닥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불신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폐지 기업은 경기 호황을 보였던 2006년(15개)과 2007년(17개) 들어 눈에 띄게 줄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8년 26개에서 지난해 83개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퇴출은 2007년 7개에서 2008년 23개, 지난해 65개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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