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중수, 내년엔 시장과 소통할까?
<기자수첩>김중수, 내년엔 시장과 소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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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누구나 한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권위는 외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쌓아가야 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취임사를 통해 전했던 메시지다. 이날 김 총재는 "한은과 시장 간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시장에) 시의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경제주체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전달 과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탓일까.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전달했던 그의 메시지에 먼지만 가득해보인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통화정책을 마무리했다.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 불안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잠재해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주가와 환율이 큰 변동을 나타내고 있다는 배경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국고채 3년물을 포함한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했고,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통화정책이 무색할 정도로 없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겼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김 총재는 7월 0.25%포인트 인상 후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임을 추측하게 했다. 그러나 8월과 9월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이어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김 총재가 "우측 깜빡이를 넣으면 우회전한다”고 발언하자 시장에는 금리 인상 기대감이 훨씬 강하게 형성됐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동결이었다.

추가 인상이 있었던 11월전까지 김 총재는 '양치기 소년'이 되버린 것이다. 김 총재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일각에서는 금통위 이후 총재와의 기자간담회는 불필요하다라는 핀잔까지 나왔다.

이는 특별한 내용이 아닌 이상 기준금리와 관련한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는 집중하지 않겠다는 다소 위험한 시선이다.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이다. 물가안정, 금리 조정, 금융시장의 안정 등 국내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는 의미다.

의장으로서 총재는 금통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설명하는 등 대변인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총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 표현 하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다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준금리 정상화를 고려한다며 인상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총재는 IMF가 기준금리 수준을 내년 말까지 4%로 전망하면서 권고했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인상기조는 여전히 유효함을 내비쳤다. IMF의 이름을 빌려 인상에 대한 본인의 의중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앙은행의 수장이 시장과 '통'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김 총재의 기자간담회 자료에는 유독 '정상화'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다가올 새해에는 시장과 소통이 정상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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