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발한' 보험사기 '기막힌' 보험사
[기자수첩]'기발한' 보험사기 '기막힌'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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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만 병원에 입원시킨 '기발한' 보험사기단이 출연했다. 휴대전화도 병원에 입원하는 '기막힌' 세상이 온 셈이다. 

최근 적발된 보험사기단은 경찰의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병원에 보관하고 경찰로부터 전화가 오면 간호사가 대신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약 20억원을 빼돌렸단다. 

가짜 환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장까지 환자 행세를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처럼 보험사기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동시에 보험사기 방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들의 보험사기 대처는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전체 보험사 37개사의 보험사기조사 전담인력은 총 393명으로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256명)부터 2008년(382명)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인력은 지난해(387명)부터 한 자리 수 증가에 그쳤다.

특히 중소형사와 외국계 회사들은 대형사들에 비해 조직과 인력이 크게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전담 인력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이 있는가 하면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과 같은 전담조직이 없는 곳도 있었다.

보험사들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험사기 조사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어쩔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보험사기 조사 조직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보험사기 전담조직에 대한 사항이 금융당국의 단순한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보험사들이 보험사기조사 조직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누수액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보험의 경우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최근 5년간 16배나 증가(2005년 26억에서 2009년 433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만이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도덕적 해이가 더 큰 문제다. 재수없이 걸리지만 않으면 일확천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의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보험사기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적발된 보험사기 사건들에서 청소년들이 포함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크다.

과거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매출액증대를 통한 외형성장 위주의 판매정책에 기인한 '필요악'이라고 인식해왔다. 하지만 이제 보험사기는 단순히 보험사로 한정해 볼수 없는 사회적인 범죄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심각한 범죄인 것이다.

보험사들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유로 들며 보험사기조사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으로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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