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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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서울은 G20 정상회의로 시끌벅적했다. 정작 세계 정상들이 서울에 입성한 시기는 주 후반이었지만 그 전부터 경호와 의전 등의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타듯 순항을 하다 막상 정상회담이 개막되던 날은 맥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한 외국의 투자 자본이 프로그램 매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그런 기사들이 줄지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환율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서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고 한`미 FTA는 이런 저런 이유로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바마`후진타오 회담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피력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전언이었다.

중국은 소폭 금리 인상으로 환율 압박을 일단 피했고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 약세화를 도모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유난히 한국만 그 문제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이지만 외국자본들에게는 그런 한국 내 반응이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일단 한국은 그런 양강 구도 속 환율전쟁에 금리인상의 시기만 놓치고 우물쭈물하다가 또다시 IMF 구제 금융을 받던 시기의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수출실적 하나로 모든 문제를 덮고 가려는 현 정부 입장에서 이미 달러 약세화를 분명히 지향하고 있는 미국, 위안화 절상 요구에는 까딱도 하지 않는 중국 사이에서 금리인상을 할 용기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물가는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금리 인상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연속해 오르고 있다. 값이 오른 지 불과 두어 달 만에 다시 가격이 오르니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미안해하는 형편이 됐다. 그런 와중에 상인들의 수익도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들이다.

가뜩이나 재개발 사업시기가 집중되며 전세대란이 우려되는 시점에 정부는 전세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발표해 전세 시장에 아예 불을 놓았다. 이럴 때보면 서민정책을 대통령이 나서서 표방한 이 정부가 도대체 서민생활에 대해 뭘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G20 정상회담 성과를 시작도 하기 전에 앞서서 과장 평가하고 닥쳐서는 무엇 하나 똑바로 얻어내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자화자찬에는 능하지만 막상 무슨 일 하나 똑똑히 할 줄 모르는 허풍쟁이를 보는 느낌이다.

한국이 G20 국가의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나 개최국으로서 의장국의 지위를 얻게 된 성과는 인정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국가의 내실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외교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다. 역사 속에서도 그런 사례는 없었다.

지금 교과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국사 교과서에는 고려조의 소위 서희의 담판이라는 동화 같은 외교성과가 실려 학생들에게 주입했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서희의 세치 혀만으로 거란의 80만 대군을 물리쳤다는 얘기가 횡행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 중원 대륙에 욕심을 내고 있던 거란 입장에서는 배후에 거란은 멀리하고 송과만 교류하던 고려가 있다는 사실이 불편해 고려의 명확한 입장을 타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거란에게 화의의 뜻이 있다고 밝히니 물러난 것으로 봐야 얘기가 제대로 풀린다.

고려사 열전을 볼 때 거란도 고려도 모두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거란이나 여진의 존재를 중국 변방사로 내팽개칠 일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어떻든 이때 서희가 거란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거란의 요구에 정확히 대응함으로써 전면적인 무력충돌과 입어야 할 피해를 막은 것만은 분명하다. 송나라와의 교류 정도 역시 거란과의 화의를 이끄는 데 디딤돌이 됐다고 봐야 한다. 지금 G20 정상회의 개최에 한껏 고무된 한국 정부의 외교역량은 과연 그만한 수준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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