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단' 조선株,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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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조선사 수주 100달러 육박…52주 신고가
'기저효과'…"호황기 생각한 추격매수 금물"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최근 조선주들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2008년 불황기에 접어들며 지난해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조선주들이, 최근 업황기대감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하는 등 힘찬 항해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선반금융 회복되며 발주가 재개되고 있고, 해양·플랜트 등 비조선부분의 고장세로 내년에도 점진적인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조선업황은 바닥탈출에 의한 기저효과로 주가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을 뿐, 이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0포인트(0.5%) 내외로 상승하며 숨고르기에 들어섰지만,  조선주들은 연일 주가가 치솟으며 STX팬오션을 제외한 모든 조선주들은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중공업은 4.6%, 현대중공업 12%, STX조선해양 40%, 대우조선해양 10% 한진중공업 19.4% 등은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단, STX팬오션과 현대미포조선의 주가는 0.1% 이내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먼저 이같은 상승랠리 원동력은 세계 선박금융 회복과 함께 나타난 신조선 발주량 증가와 신조선가 상승 흐름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누계 신조선 발주량은 1152척, 23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을 기록해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84%, 422% 급증했다. 1~9월 누계 국가별 수주량은 한국 900만CGT(592.3% y-y), 중국 1,070만CGT(345.8%y-y), 일본 130만CGT(1,200.0% y-y) 등으로 국가별 시장점유율은 각각 38.3%, 45.5%, 5.5% 등이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중장기 측면에서 그린선박 추진, IMO 선박 규제 등도 향후 선박 대체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며, 이는 건조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양, 플랜트 등 비조선부문의 고성장세는 장기적인 호재로 판단된다"며 "해양구조물 발주모멘텀은 조선업 호조와 함께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태양광, 풍력 등 녹색성장산업은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신수종사업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업황개선에 첫 신호인 선박수주도 점차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조선업체들의 실적개선 역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8월 말 현재 해양플랜트 4건, 액화석유가스(LNG) 운반선 3척, 초대형유조선(VLCC) 10척, 탱커 13척, 벌크선 36척 등 총 68척, 85억달러 규모를 수주해 100억달러 수주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주목표를 100억달러로 잡은 대우조선해양도 올 10월 현재까지 벌커선 15척, 탱커선 17척, 컨테이너선 12척, LPG선 8척, 해양제품 7기 등 총 62척, 77억달러 수주를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까지 LNG-FPSO 1척, 풍력발전기 설치선 1척, LNG선 2척, 해양설비 2기, 컨테 이너선 20척, 유조선 46척 등 총 72척, 80억달러 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이외에 STX조선해양은 STX유럽과 STX다롄생산기지를 포함해 10월 현재 총 96척, 76억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중이다.

이로 인해 국내 빅 3 대형조선소의 3분기 영업실적도 급증세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3분기 영업이익이 3474억원, 798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각각 영업이익률 11.7%, 15.0%를 기록했다.

송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 2800억원 상회, 영업이익률 8% 후반 대로 추정된다"며 "조선업계는 4분기 이후에도 새로운 수주물량 확보로 건조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변화하며, 비조선부문의 호조세로 2011년까지 이후에도 조선업계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선주들의 움직임은 업황개선 기대감에 따른 저평가 인식이 상당부분 반영돼, 단순히 지난 2007년도 호황기와 비교한 추격매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한다.

실제로 조선사들의 실적은 약 2년 전 수주물량에 비교해 산출되기 때문에, 지난 2008년 초 최고 호황기 당시 실적이 현재 상당부분 반영되고 있다. 또 최근 수주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당시와 비교해 아직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증권 윤필중 연구원은 "조선사들의 실적은 2년 단위로 산출되기 때문에 현재는 지난 호황기때 실적에 힘입어 점차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은 점차 떨어질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지나치게 싼 선가로 수주가 기대 이상이긴 했지만, 아직도 호황기때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 3 국내조선사들이 현재 80억 달러의 수준실적을 기록중이지만, 이는 호황기때의 200억 달러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내년 이후부터도 조선사들의 실적은 이같은 적정 수준에서 머무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수주는 증가하고 있지만 수주 잔고는 여전히 감소하는 중"이라며 "보유중인 조선주를 지금 당장 팔아야할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매출 감소를 감안할 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지난 2007년 조선업이 투기자본 으로 외형성장에 치중한 것과 달리 최근 조선업은 구조조정이 동반된 회복세이기 때문에 시기적 비교가 불가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 이석제 연구원은 "지난 2007년 세계 발주량은 1억 8000만 GT(총톤수) 수준이었지만 올해 8월말까지 3000만 GT, 연말까지 4500만 GT가 예상돼 시장이 1/4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이와 함께 세계 조선소들 역시 지난 2007년 400여 개에서 지난해 190여 개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말 세계 신규 발주선박의 가격지수를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역시 142p로 3주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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