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환율전쟁 '2라운드'
美·中 환율전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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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만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불과 0.25% 인상에 그쳤지만 G2의 하나로 불리는 중국의 일인데다 2년10개월 만의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왜 이 시점에 중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지를 두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에 자신감을 가진 중국의 출구전략이라는 시각과 미국의 환율 압박에 대한 중국의 화답이라는 시각 혹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 등이 대표적인 원인 분석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버블 수준이라기엔 이르지만 자산 가치를 중심으로 심상찮은 인플레 상황을 겪고 있고 여전히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 추세가 쉽사리 꺾일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에 끌려 다니며 환율에 매달려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과 달리 과감한 출구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G20 회의를 앞두고 환율 압박을 벗어나면서 미국의 달러 정책을 더욱 코너로 몰고 가는 고차원적 전략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위안화 절상은 당장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물론 이미 환율전쟁을 장기 레이스로 끌고 가는 중국 입장에서 전세 역전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금리 인상은 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 효과는 있겠지만 즉각적으로 수출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더욱이 중국은 변동환율제 수용을 계속 거부해왔다. 관리통화제도 아래서는 금리 인상이 곧바로 환율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환율 압박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하다는 계산을 할 만하다. 일단 환율 압박을 가하는 쪽을 김빠지게 하는 전략으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중국은 세계를 향해 명분을 획득한 반면 미국은 한 방 먹은 셈이 됐다. 출구전략을 우물쭈물 미루던 다른 나라들로서도 그다지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다. 대출금리 인상보다는 예금금리 인상에 중점을 둔 중국의 금리인상이 현재의 세계 경제상황을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계기를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의 자신감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해나갈 경우 다른 나라들로서는 결국 그 페이스대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시장은 중국의 금리인상에 대해 초반의 충격을 곧바로 벗어나며 이것이 세계경제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이 연내 금리를 재차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불황 터널을 맨 처음 벗어나 앞장서 나아가는 중국의 정책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도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이번 중국의 금리인상은 물론 점차 심화되어가는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환율전쟁의 상대인 미국, 나아가 전 세계 경제를 향한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대 금리 간 인상폭의 차이가 그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은 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에 가볍게 클러치만 밟아 감속 효과를 주면서도 중국내 기업 활동에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오히려 세계 물가에는 상승 요인을 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최대 외화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어떻든 그런 국가 자산을 손댈 일도 없고 내국 자산의 해외 투자에는 일정 정도 제동을 거는 효과도 올릴 수 있게 됐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버블 위험도 감소시켰다.

그뿐 아니다. 이미 경공업 단계를 넘어 중공업으로, 지식산업으로 그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밖으로 눈 돌릴 내국 인력을 지켜내고 해외로 나갔던 인력을 끌어들일 계기도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 이르면 현재 생산시설 대부분을 해외로 내보내고 국내 산업은 지식산업 위주로 구성된 미국 경제는 더욱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날을 향한 중국의 전략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음을 위안화 절상 대신 금리인상으로 답한 이번의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답하며 길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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