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투證, 법정싸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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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매매 따른 손실 '책임' vs 도의적 배상 용의
업계 관계자, "양측 입장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파이낸스 전보규·양종곤 기자] #) 2008년 3월 한국투자증권 모 지점에서 주식계좌를 개설한 A씨(54세, 여성)는 한국투자증권 직원의 과당매매, 부당한 신용거래 권유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조정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 담당직원이 사실상 고객의 계좌를 지배한 상태에서 과당매매를 하고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적극적으로 권유한 점 등을 들어 전체 손해액 8억4500만원의 30%에 해당하는 2억5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금감원 조정위원회는 금감원장에게  소송지원을 요청, 신청인의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인에게 증권사와의 소송을 지원키로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상 민원인을 매개로 금융당국과 증권사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심하게 엇갈리고 있는 양측의 주장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쉽게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과도한 회전율, 과당매매 요건 vs 손실 계연성 낮아

금감원과 한국투자증권은 과당매매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계좌개설 초기 2000%를 넘어선 매매회전율은 성과를 위한 과당매매의 요건이 된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분쟁조정총괄팀 주임은 "이번 결정은 증권사 직원의 업무 이행이 충분했느냐를 대전제로 이뤄졌다"며 "2008년 3월과 4월 각각 2264%, 2599%의 매매 회전율은 과당매매의 요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모든 손실이 일정기간 2000%를 넘는 회전율에 따라 발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가하락 등을 고려해 전체 손실의 30%로 배상수준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감원 조사결과 담당직원의 전체 수수료 중 신청인 계좌의 수수료 비중이 3월과 4월 각각 47.3%, 7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가 두달동안 해당 직원의 수입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매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당시 발생한 손실이 전체 손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과당매매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설강호 한국투자증권 컴플라이언스 센터장은 "3월과 4월 높은 매매회전율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3월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4월 발생한 손실액은 1억2200만원으로 전체 손해금액인 8억4500만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손실이 발생한 6월의 매매회전율은 50% 수준이었기 때문에 과당매매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과비중이 높았던 것에 대해서는 다소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해당 고객과 오프라인을 통한 상담 비중이 높은 등의 이유로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한투, "둘 다 이해 안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우선 매매회전율을 근거로 과당매매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증권사 모 PB는 "매매회전율이 2000%까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단순히 매매회전율이 높다고해서 과당매매를 했다거나 담당직원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매매회전율은 자산을 관리하는 직원의 매매 빈도와 성향의 차이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담당직원의 해당 고객에 대한 성과비중이 높았던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한명의 고객이 직원의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 수준까지 달했다면 개인의 재무관리인이라고 봐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한 고객의 비중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거래 위험고지 미흡 vs 미수거래 경험자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 여부를 두고도 금감원과 한국투자증권간의 의견은 엇갈린다.

금감원은 주식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고객에게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신용거래를 적극 권유하고 무리한 자산운용을 한 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거래의 위험에 대해 담당 직원이 충분히 설명했으며 해당 고객이 이미 미수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설 센터장은 "담당직원이 신용거래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했으며 이미 지인을 통해 다른 계좌로 미수거래를 하고 있던 고객이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를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미수거래 여부도 위원회에서 인지한 부분이며 모든 자료가 검토됐다고 밝혔다.

미수거래와 신용거래는 기간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외의 리스크나 거래방식은 비슷하다는 것이 증권사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소송지원을 끝까지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한국투자증권은 손해배상금액이 조정된다면 합의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설 센터장은 "금감원에서 제시한 손해배상액은 과다 책정됐다"며 "손해배상액이 적정 수준으로 조정된다면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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