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女 월드컵] 태극낭자 '투혼', 日 넘어 세계 정복
[U-17 女 월드컵] 태극낭자 '투혼', 日 넘어 세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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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년 한국축구사상 FIFA주관 대회 첫 우승 '금자탑'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17세 태극낭자'들이 추석 징검다리 연휴의 마지막날 아침 믿기어려울 정도의 낭보를 전해왔다. 

연장전 혈투 끝에 승부차기에서 역대 남녀 태극전사를 통틀어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것도 상대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어서, 그리고 기량면에서는 다소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상대를 '투혼'으로 제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그녀들이 쏘아 올린 것은 단순한 '공'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 여자대표팀은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일본과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벌인 혈투 끝에 3-3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이로써 태극소녀들은 1882년 축구가 한국 땅에 처음 선보인 지 무려 128년 만에 역대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던 FIFA 주관대회 첫 결승 진출과 더불어 첫 우승이라는 최고 성적표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이날 결승전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한국은 전반 6분만에 이정은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그것도 잠깐. 이후 일본의 거센 반격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간 우리나라는 전반 종료직전 김아름의 중거리포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후반 들어 일본 가토에게 또 다시 역전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후반 34분 이소담이 기가막힌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두 팀은 전후반 90분에 이어 연장까지 120분간의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진 피말리는 승부차기.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나이 어린 소녀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게임이었다. 이쯤 TV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시청자(국민)들의 심정은 결과와 상관없이 '잘 싸웠다'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승리의 여신은 우리 편이었다. 아니, 고갈된 체력하에서 치뤄진 '집중력' 싸움에서 우리가 상대를 이겼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같다. 일본의 여섯번째 키커 무라마츠의 슛이 골문을 벗어나자, 마지막 키커로 나선 장슬기가 침착하게 마무리해 120분이 넘는 길고도 긴 사투의 마침표를 찍었다.

17세 이하 여자축구 월드컵 우승. 128년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피파 주관대회 정상에 오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선수들의 기쁨의 눈물과 함께 전 국민도 기쁨을 만끽한 순간이기도 했다.

최덕주 감독은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 "대한의 딸들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면서 "힘든 고비를 정말 잘 넘기고,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싸워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공을 어린 선수들에게 돌렸다.

한편, 이번 대회 8골을 터트린 여민지는 대회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함으로써 20세이하 대표팀의 지소연에이어 또 한명의 여자 축구 스타가 됐다.

한편, 결승전에 앞서 열린 3,4위전에서는 북한이 스페인에 1대0으로 져 4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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