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판매은행 `규정위반' 백태
키코 판매은행 `규정위반'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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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를 중소기업에 판매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긴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기업의 외환 수요와 관련없는 상품을 팔거나 이미 다른 은행과 키코 계약을 한 사실을 알고도 중복 판매를 했다.

키코는 환율이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을 보는 구조의 상품으로, 중소기업의 환율 변동 위험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2008년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의 큰 피해를 불러왔고,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건전성 관리 소홀, 불완전 판매 등을 이유로 9개 은행을 제재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재안에 따르면 A은행은 거래 중소기업의 무역환 수요와 직접 관련이 없는 통화에 대한 키코를 판매했다.

이 은행은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2개 중소기업에 유로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키코를 판매했는데, 이들 기업은 유럽 수출실적이 미미해 사실상 유로화 헤지 수요가 없는 곳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고, 은행도 결과적으로 미수금 등 부실이 발생했다"며 "투기를 부추기겠다는 것 외에는 왜 이 은행이 유로화 키코를 팔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은행은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4개 업체와 키코 계약을 하면서 수출예상액 범위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결국 환율이 급등해 중소기업이 손실을 본 것은 물론 은행 역시 헤지 목적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반대거래를 했던 터라 손실이 불가피했다.

특히 이 은행은 중소기업 한 곳과는 이 기업이 이미 다른 은행과 키코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또다시 같은 유형의 상품을 판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거래를 하려면 파생상품 총 거래규모나 기업의 상환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며 "이를 소홀히 해 중소기업과 은행 모두 손실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C은행은 환율 상승 때 행사가격이 고정된 키코와 달리 행사가격 자체가 변동해 키코보다 위험성이 더 높은 상품인 `스노볼(snowball)'을 판매했다가 2개 중소기업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자 손실을 이전하기 위한 새로운 계약을 했다.

기존 파생상품거래를 변경.취소.종료할 경우 기존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신규 파생상품 거래의 가격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토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을 이전하면 경우에 따라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이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며 "은행 직원들이 손실 발생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전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은행의 한 직원은 키코를 판매하면서 은행 내 심사위원회로부터 약정기간을 1년으로 하도록 승인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1년을 초과하는 거래를 취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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