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모를' 증권사 HTS 오류
'원인모를' 증권사 HTS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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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증권사 전산담당자에게 물어보세요. 잘 모르겠네요", "한국거래소 서머망을 통해 자료를 일괄적으로 받는지라.. 어떤 오류인지 아직 파악이 안되네요.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해보겠습니다."

최근 기자가 HTS(홈트레이딩시스템)기록을 살피던 중, 거래소와 증권사간의 통계상 불일치를 발견하고 각 기관 담당자와의 통화를 통해 들었던 답변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27개월만에 1800포인트를 돌파하자, 증권사들과 거래소는 약 3여년만에 시총 1000조원 시대가 다시 개막됐다고 자축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한껏 드높였다.

하지만 실제로 시총 1000조원을 넘겼다고 공식 발표한 지난 13일, 증권사 HTS상으로는 한국거래소 발표와 전혀 다른 수치가 적혀있었다.

의문점이 생겨 같은 증권사 시황을 담당하는 리서치센터에 문의한 결과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저희 증권사 HTS를 쓰긴 하지만, 각종 리서치나 시황분석자료 등 공식적인 수치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료를 그대로 받아 쓴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인 만큼 대부분인 민간 금융회사인 증권사들은 자체 HTS가 있다고 해도, 거래소 계열 코스콤측으로부터 어떤 검증도 없이 일괄적으로 자료를 받아 그것에 대한 분석에만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각 증권사들은 ELW, ETF 등 파생결합증권이 시가총액에 포함될 수 있고, 구성종목이 다르면 수치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증권기록 전산담당자, 온라인사업부 관계자 등 누구도 그 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일괄적인 한 통로를 통해 자료를 받으니, 데이터에 어떤 구성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저 "오차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니, 이후 시정하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심지어 신한금융투자는 시총 오차가 6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우, 미래, 대신, 한화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1조~ 6조 안팍의 오차가 보였다. 각 증권사마다 수치도 제각각이고, 심지어 거래소 통계수치 섹션마다 수치에 오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단순한(?) 수치오류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가장 중한 거래주문이나 접속불가 등 전산오류는 말해 무엇하랴.

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된 HTS.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면서 하루 40만명에 육박한 투자자들이 HTS를 이용하며 유가증권시장 거래비중은 50%, 코스닥시장에서는 80%를 넘어섰지만 HTS 안정성 문제가 시장 도마 위에 오른지 오래다.

지난해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는 A,B 증권사가 전산장애로 투자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고, 올해에는 예수금 잔고오류, 주문오류 등 피해사례가 다양해지며 몇몇 증권사들의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HTS안전성 제고를 위해 보안담당자를 확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다양화되는 신종범죄에 고객정보 유출 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HTS를 통한 피해는 비록 전체 시장에서 몇몇 투자자들에게 국한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개개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때 서로간 '떠밀기'식보다는 좀 더 투명하게 투자자들의 안정성 제고에 집중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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