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시장, '개미 무덤'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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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호가중계업체 불법거래 40% 달해
증권 v 선물 '밥그릇싸움…투자자 '뒷전'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FX마진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증시변동성이 높아지며 고수익을 노린 개미투자자들의 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음성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와 선물사들은 시장파이싸움으로 투자자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FX마진거래의 전체 시장거래는 1월 18만 계약에서 지난 5월 2배가 넘는 40만 계약을 넘어서며 그야말로 가파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FX마진거래란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외환거래이다. 레버리지가 20배에 달하고,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작년에는 전체 해외파생상품 중 FX거래비중이 절반(50.7%)을 넘어섰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지난해 11월 증권사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이 FX마진거래시장에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11개의 증권사와 8곳의 선물사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5%에 머물던 증권사 시장점유율은 현재 30%를 넘어서며, 선물사와 수익원·인력확보 등으로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호가중계업체들의 불법행위가 잇따르며 시장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선물회사들의 요청으로 국제은행 간 거래를 통해 호가를 제시하고, 주문을 체결시켜주는 외국계 호가중계업체들이 최근 국내 선물무인가 업체들을 따로 접촉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며 "개인들 역시 지난해 7월 증거금 상향으로 레버리지가 50배에서 20배로 축소되자, 진입장벽이 낮은 음성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추산되진 않지만, 이같은 불법거래가 전체 FX마진거래시장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음성적 선물거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인가 업체 27곳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물업 인가조차 받지 않은 업체가 높은 레버리지와 거래비용 할인 등을 미끼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본시장법상 국내 인가를 받은 증권·선물사들은 고객에게 증거금 및 매매주문 등을 받는 중계업만 담당하며, 투자일임은 미국선물협회의 규정 및 일본의 상품거래소법에 따라 외국계 호가중계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이같은 불법거래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FX마진거래시장이 '개인의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증거금율을 높이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음성거래가 늘어나는 등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해외주식 선물영업부 한 관계자는 "현재 감독당국이 불법매매를 적발하는데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어 음성시장이 확대되는 형국"이라며 "국내 증권·선물회사들이 호가중계업체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개발한 '플랫폼'이 실제 호가제도가 직접 가능하도록 된다면, 시장은 더욱 전문화 및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무분별하게 양적성장만 하고 있는 FX마진거래시장에 전문화된 인력 확충 등으로 투자자보호를 위한 장치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선물업 겸업 허용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선물사 인력 대부분이 증권사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로 '밥그릇 싸움'에만 치충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투자자교육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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