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한국의 서민살이의 고단함이 어느정도인지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엥겔계수가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엥겔계수 상승이 농산물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과 함께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이 물가안정에 두어져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계절조정)는 13.3%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액 145조9천억원 가운데 13.3%인 19조4천억원이 식음료품을 구입하는 데 쓰였다는 뜻으로, 2001년 3분기의 13.8%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엥겔계수는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Engel)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지표가 높을 수록 후진국형 경제구조로 인식돼 왔다. 엥겔계수는 가계지출 중 먹는데 지출된 비용의 비중을 나타낸다.
1970~1980년대 20~30%대에 이르던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 12%대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 13%대로 반등했다.
이같은 엥겔계수 상승은 올해 들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오른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격 변동 요인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보면 2분기 엥겔계수는 12.6%로 2008년 이후 비슷한 수준. 2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5.4%였지만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8%로 배를 웃돌았다.
한편, 엥겔계수 상승에 따른 부담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류에 대한 지출액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하위 20% 가구가 1분기 3.98%에서 2분기 5.15%로 1.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2.31%에서 2.78%로 0.4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한은 김승철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식·음료품은 가격이 올라도 당장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만큼 식탁물가 상승이 엥겔계수에 악영향을 줬다"며 "다만 엥겔계수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로 반전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엥겔계수 상승은 가계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 우려가 있는 만큼, 하반기 물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태풍으로 추석 물가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농수산물 유통과정에 보다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