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신한 DNA'
실망스런 '신한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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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때아닌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한은행이 모회사 사장을 배임 및 횡령혐의로 고발한 것.

졸지에 신한은행은 '패륜아' 취급을 받고 있으며 신 사장은 지난 6년간 신한은행장으로서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씁쓸한 상황이 됐다.

'내부 단속' 차원이라는 신한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경영진간 암투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던 신한이 이처럼 망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은행장으로 이어지는 3자 권력구도가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신한의 3자 후계구도는 권력세습이라는 안팎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은행장 사퇴로 이어진 KB금융의 리더십 공백 사태는 신한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철옹성을 연상케 했던 신한의 지배구조는 무소불위의 감독권과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혀 왔다. 금융권에서 공공연하게 들리는 '금융계의 삼성' 혹은 '신한금융 공화국'이라는 말은 신한의 보이지 않는 자산가치이기도 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KB금융의 어윤대 회장마저 신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한편, 종전 회장-은행장-사장으로 이어지는 KB의 권력구도를 신한과 동일하게 재정비 하며 '신한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안타까운 이유는 신한이 KB금융을 반면교사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장 9개월에 걸쳐 진행된 KB금융의 리더십 부재 사태는 KB 경영진의 전횡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금융당국과의 갈등 및 정치권의 개입 즉, 관치금융이 사태를 심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KB금융 회장과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다소 안정세를 찾은 듯 보이지지만, 1년 가까이 지속됐던 외풍과 내홍은 KB의 '리딩뱅크' 입지를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반면, '신한금융 공화국'이 당국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금융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와 탁월한 경영성과에서 비롯됐다. 금융계가 당국을 상대로 관치금융의 폐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뒷배경이 '신한'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실명법 위반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라 회장이 권력세습 구도 해체라는 조건을 내걸고 감독당국과 모종의 거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KB금융의 내홍이 당국의 대대적인 검사로 이어졌던 전례는 신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공산이 크다. 끈끈한 조직문화를 자신들의 DNA로 내세워온 신한이 이번 사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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