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미워도 다시한번'
론스타 '미워도 다시한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신통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이 중대 요인이 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는 게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외환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금융사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었다. KEB(Korea Exchange Bank)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외환 부문에서의 강점과 국내 최대규모의 해외 네트워크가 외환은행의 몸값을 지탱하는 요인이었다.

어느 은행과 짝짓기를 하더라도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심하는 전문가도 찾기 어려웠다. 이전 국민은행 경영진이 2006년에 이어 최근까지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국민은행 뿐만이 아니다. 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이 공식적인 매물로 나올 경우 언제든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였고,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 역시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한 때 농협까지 인수에 관심을 내비치며 외환은행 매각이 최대 4~5파전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최대 7조원까지 뛸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같은 외환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추락했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 2008년 9월 HSBC와의 계약파기가 분위기 반전의 분기점이 됐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은행 경영권 지분에 대해 6조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반면 HSBC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4~5조원대로 가격조정을 요구하다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HSBC와 론스타의 협상결렬은 결국 외환은행 몸값의 '꼭지'가 4~5조원대라는 공감대로 이어졌다.

최근 외환은행에 관심을 내비친 호주 ANZ은행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가로 3조원대를 제시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 역시 인수가 3조원대는 '지나치다'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상을 받고 팔기도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모조리 발을 뺀 상태에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도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해 시선을 분산시키고, 산업은행 등의 경우 민영화 대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인수 불가' 방침을 밝혀 외환은행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계획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동안 줄곧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져온 국민은행마저 정부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어윤대 KB금융 회장 취임을 계기로 180도 달라졌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반감은 '변양호 신드롬'과 '먹튀' 논란, 그리고 세금탈루 의혹 등이 발단이 됐다. 론스타가 국제시장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폐쇄성에 대해 비판해 온 점도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경쟁력 있는 국내 금융사가 또다시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금융산업에 결코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론스타 지배 하에 외환은행은 순이익과 자산측면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성과를 보여 왔으나, 외환 및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답보 상태를 보여왔다.

오히려 사모펀드가 대주주라는 이유로 해외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매각추진과 결렬이 반복되며 쌓인 피로감은 외환은행의 조직력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외환은행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잇딴 횡령사건은 외환은행의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을 바라보는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이유이다. 론스타가 밉다고 외환은행을 망쳐서는 안될 일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