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도 활용 고객관리시스템 구축 경쟁
은행권, 지도 활용 고객관리시스템 구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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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우리銀 등 G-CRM 구축 및 고도화 착수 
고객 지리정보 활용한 ‘타깃 마케팅’ 가능해져
단순 고객관리 넘어 고객창출 수단으로 부상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최근 국민은행 한 지점은 ‘적립식 예금 유치 마케팅’을 펼쳤다. 해당 은행점 반경 내에 자택이나 직장이 있는 고객을 선별해 홍보책자나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활용한 캠페인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G-CRM을 도입함으로써 특정 지역구의 통계청 데이터와 은행이 보유한 내부정보를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특정 고객에 맞춘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서 지리 정보와 고객정보를 결합한 ‘G-CRM’ 도입이 활기를 띄고 있다.

‘G-CRM’이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고객관계관리(CRM)의 합성어로, 고객 유형별 분포를 지도 상에 표시함으로써 다양한 마케팅을 가능케 하는 고객관리 방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전부터 G-CRM이 활용되고 있었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금융권까지 이 시스템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미 G-CRM을 구축한 국민은행이 G-CRM 고도화 사업에 나섰으며, 우리은행도 G-CRM 사업에 착수해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G-CRM을 고객관리 및 마케킹을 위한 핵심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은행권 최초로 G-CRM을 도입한 국민은행은 이미 영업점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 외부정보를 추가 업데이트 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G-CRM을 고도화 시키는 것은 그만큼 G-CRM이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은행의 G-CRM은 점주권 반경과 아파트, 학교 등 점주권내 주요건물별로 고객현황을 보다 입체적으로 쉽게 파악할 있어, 영업점 특성과 고객 성향을 반영한 최적의 타깃 마케팅 이 가능하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마케팅부 박철호 팀장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국민은행의 G-CRM은 전 영업점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외환거래 데이터 등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외부정보를 추가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영업 지점과 고객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화면상으로 확인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어 영업점의 반응이 좋다”며 “고객정보 등 내부정보와 외부데이터를 통합해 신규 고객을 더욱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G-CRM 구축을 본격화 하는 이유는 G-CRM이 단순한 고객 관리를 넘어, 고객 창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고객분석의 경우, 고객을 직업·소득·예금이나 대출규모 별로 단순 구분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G-CRM은 고객의 ‘위치’ 정보가 결합되기 때문에 점주권 내에 의원, 세무사, 회계사 등 특정 업종 종사자가 얼마나 많은지, 과거 은행점과 얼마나 접촉했고 미보유한 상품이 무엇인지 등도 지도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등으로 금융 업종별 칸막이가 사라져 금융권 전체가 고객관리 무한경쟁에 들어섰다”며 “G-CRM이 구축되면 주변 아파트나 상가 거주 고객의 정보와 거래현황 등을 입체 분석이 가능해 다양한 ‘타깃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G-CRM을 도입한 하나은행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지난 1년간 점주 중심의 영업을 강화해 왔다. 앞으로는 기존의 고객 정보를 항목별 단순 적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리테일 영업추진부 정규영 차장은 “하나은행의 G-CRM은 점포 관리부서와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해 이미 점주 특성을 반영한 점포 전략이 수립돼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은행 내부의 주소정보를 지도정보와 매칭하면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의 호수별로 고객정보 및 거래현황이 표시된다”며 “지난 1여년간 점주 영업 방향으로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고객 정보를 G-CRM에 결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시스템처럼 G-CRM의 또 다른 장점은 단지 은행 거래 관계 뿐 아니라, 그 지역 거주자들의 특성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G-CRM 상에서 단순히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통계청의 소득별, 직업별 자료를 함께 결합해 고객에게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

예컨대 하나은행 영업점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상품이나 전세자금 대출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은행점을 찾은 고객이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 아파트에 산다고 확인이 되면 주택담보대출상품보다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권유하는 영업 방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G-CRM을 도입하니까 고객에게 쓸데 없는 상품을 권유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것만으로도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져 은행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 대한생명, 메리츠화재 등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보험사들도 기존의 CRM을 G-CRM으로 재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G-CRM 구축을 진행하는 IT서비스 업체 SK C&C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모바일 뱅킹 활성화에 따른 매장방문고객의 감소로 마케팅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기존 CRM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G-CRM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CRM의 활용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입력 가능한 정보가 제한돼 있지만, 인구통계, 사업체 통계 심지어 생활양식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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