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부르는 와이파이 경쟁
'독’을 부르는 와이파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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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현재 우리나라는 ‘공짜’ 와이파이(무선랜)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 열풍이 불자 통신업체들은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구축하는 무선랜 망을 사실상 무료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이 아무런 협의도 없이 망 구축에 뛰어들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중복 투자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업체간 무선랜 주파수가 중복되면서 무선랜 집중 지역에서는 무선랜 속도가 급속히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응원인파가 몰려든 서울시청 앞 광장은 순간적으로 150여개 무선랜이 검색됐다. 당시 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월드컵 응원은 와이파이와 함께’를 홍보하면서 무선랜 장치를 설치했지만 수월하게 접속할 수 있는 장소는 찾기 힘들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월드컵 당시 시청 광장에서는 최저 30KB 이하로 무선랜 속도가 떨어져 인터넷 불통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며, “무선랜 접속 장치가 집중 설치된 지역에서는 장치 간에 주파수 간섭현상이 생겨 무선랜 속도가 급속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무선 랜은 유선인터넷과 비슷한 속도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통신업체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무선랜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데 마구잡이 구축을 불러 오히려 무선랜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통신업체들이 무선랜 망만 해도 5만5000여 곳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KT는 와이파이 존을 올해 말까지 4만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SK텔레콤도 1만5000여곳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더욱이 무선랜용 주파수는 정부의 허가 없이 누구라도 쓸 수 있어 무선랜을 설치하고 싶은 기업이나 사람은 누구나 무선랜 장치를 구입해 설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무선랜AP 설치에 대한 조정장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통신업체들의 무선랜 중복 투자로 사용자들의 불편이 더 확산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중재장치가 시급히 필요한 때다. 무선랜 집중 지역에 일정 한계 이상의 무선랜이 중복으로 설치되면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정부기관이 주변지역으로 무선랜 설치를 우회하도록 중재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신업체의 경우 내년부터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4세대(4G) 망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은 총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 또 다른 4G 표준후보인 와이브로 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고도화된 이동통신망이 구축되면 그동안 과잉 투자한 무선랜 망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 통신업체들이 무선랜 중복 투자를 줄이고 망 구축 비용을 활용해 무선랜 접속 지역을 더 넓힐 수 있게 합의점을 찾는 노력도 병행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선랜 망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창출하는 것도 숙제다. 무선랜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어 사업자의 수익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랜 망을 기반으로 한 신변안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다양한 유료 서비스 개발이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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