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770만명 개인정보 ‘무방비’
저신용자 770만명 개인정보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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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모집인간 정보 공유 및 남용 방지책 미흡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저신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정보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출모집인에 제공된 개인정보의 경우 영업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금융사기 등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 출처:방송통신위원회
25일 2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권 등에서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 대출모집인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모집인에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대출모집인간 공유 또는 불법거래 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에이전시라고 밝힌 한 대출모집인은 “주 계약을 맺고 있는 현 대캐피탈에 대출이 안 될 경우 다른 캐피탈에 소속된 대출모집인에 정보를 조회해 대출 가능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해 개인정보가 모집인간에 공유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출처:한국인터넷진흥원

심지어 일부 모집인들은 특정 저축은행, 캐피탈 등과 유사한 상호를 사용해 영업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제도권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보다 쉽게 개인정보 취득에 활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대저축은행’, SC저축은행은 ‘CS저축은행’이란 상호로 모집인들의 영업에 활용되고 있다. 제도권 금융사와 유사 상호를 사용하는 대출모집인에 대출상담 시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회사명 등의 정보를 제공하면 원래의 정보 사용목적 외에 개인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호를 사칭해 영업을 하는 모집인들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캐피탈 OOO 상담원”이란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전화를 걸면 ‘고객만춤대출전문기업’이란 메시지가 나온다. 실제 소속은 현대캐피탈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본인 인증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맞는지 등을 모집인이 확인하는데 만약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본인 확인의 일환으로 체크카드 등을 요구한다. 이 같은 영업행태는 최근 대출 등을 이유로 체크카드 등을 편취해 전화금융사기 등에 이용하는 신종사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출 모집인과 전화 통화 시 모집인에 대해 의심할 여지를 발견한다 해도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 일단 “대출이 된다”는 모집인의 말에 현혹되기 쉽다고 관련 업계에선 말한다. 휴대전화 대출광고 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대출 모집인들은 주로 저신용자 등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급전 성격의 대출문의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신용등급별 고객 100인당 평균 대출관련 신규조회 건수를 보면 7~10 등급 사이의 저신용자가 10.52건으로 전체 평균 9.07건 보다 많아 저신용자일수록 개인정보 노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일부 대출모집인의 문제를 정상적으로 모집인 모범 규준을 지키며 영업하는 모집인들에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의 불법 영업행태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의 문제가 금융사기 등 소비자 피해도 초래할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팽팽하다.

현재 모집인들을 관리할 수 있는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은 지난 2월 금감원이 마련해 시행중이지만 실제 대출모집인들의 영업행태에 적용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모범 규준에는 ▲대출모집인 자격시험 도입 및 교육 강화 ▲대출모집인 등록 및 취소업무 관리 강화 ▲대출모집인의 불건전 영업행위 방지 등을 골자로 내용이 마련돼 있지만 신고나 제보 없이는 불건전 영업을 적발하기 어려워 실용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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