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체면과 '신한 DNA'
은행원의 체면과 '신한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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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은행권에서 '신한 DNA'가 새삼 화제다. 최근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조차도 공식석상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잇따라 칭찬했다. '신한 DNA'로 상징되는 신한의 특유한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하는 일례다.

신한금융은 덩치(자산)로 본다면 KB·우리금융지주에 못미친다. 그런데도 신한금융은 금융시장에서 실질적인 '리딩뱅크'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신한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신한이 금융권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최근 한 시중은행의 임원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우연찮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한맨들이 시장에서 동전카트를 끌고다니면서 은행원의 체면을 깎았습니다" 그는 80년대 초 신한은행이 재일동포를 기반으로 출범했을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야기인 즉, 약 20여년 전 신한은행이 초창기 시절 상대적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개인고객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점을 극복하기 위한 영업전략으로 3륜 전동차를 끌고 돌아 다니면서 상인들에게 동전을 교환해줬던 것. 은행창구에서만 영업을 하던 당시로서는 이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아무튼 신한의 이같은 전략은 먹혀들었다. 처음에는 의아해했던 시장상인들이 신한은행으로 차츰 거래를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 주변 다른 은행들도 신한처럼 동전영업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참 동안의 이야기를 끝낸 그 임원은 고객을 진정 위하는 은행은 금리와 같은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한마디로 '카트영업'에 대한 폄하다. 기자 역시 고객이 맡긴 자산을 늘려주는 것이 동전교환보다 중한 은행의 역할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핵심은 단순히 '동전'이 아니다. 고객을 향해 몸을 낮췄던 은행원의 자세가 후발주자였던 신한이 기존의 은행들과의 경쟁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같다.

최근 각 은행장들이 '찾아가는' 이라는 수식어를 인용하며 서민층, 중소기업 등을 직접 방문하는 이른바 현장경영(영업)의 시발점이였던 셈이다. 이 일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한은행이 높았던 은행의 문턱을 낮췄다고 평가한다. 결국 당시 신한의 영업방식이 오히려 은행의 체면을 세웠다는 '역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현 싯점에서는 그렇다.

은행업은 서비스업이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은행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신한 DNA는 흔히 '영업마인드'와 '조직 충성도'로 이해되고 있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후발은행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리는, 작지만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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