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반토막', 2분기도 '먹구름'
증권사 실적 '반토막', 2분기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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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익 4801억원…전년比 55.5%↓
금리상승 압박+ 부동산 손실 여전해
"수익구조 위탁수수료에 지나친 편중"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증권사들이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초라한 1분기 실적을 내 놓았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채권운용자산의 롤오버(부채상환 연장) 및 청산, 랩어카운트 등과 같은 파생상품으로 신규수익을 창출해 1분기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금리인상 압박, 펀드 환매행렬,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에 따른 대출채권 관련 손실이 지속되며 증권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분기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2분기 역시 증권사들이 눈에 띄는 실적 증가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위탁매매 등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1분기 실적, 채권평가손실 + 부동산PF '불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62개 증권사(국내사42, 외국계 국내법인8, 외국사 국내지점12)의 올해 1분기(4~6월) 당기순이익은 4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 786억원에 비해 5985억원(55.5%)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8591억원)에 비해서도 44.1%나 급감했다.

이같은 실적악화의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채권관련수지가 전분기 1조 6363억원에서 7297억원으로 9066억원이나 줄어든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부동산PF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대손비용 역시 55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은 올 1분기 건설사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 남광, 벽산건설의 채권을 보유, 이와 관련해 5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대손충당금으로 각각 238억원, 1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시장교란 요인이나 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증권사들이 부동산 손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알려지지 않은 PF손실을 모두 감안시 2분기 실적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으며, 회계법인들이 대손충당금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자산(고정이하자산, 연체 3개월 이상) 으로 인식할 때도 어느 정도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압박·증시 침체…2분기도 '잿빛'

문제는 이같은 1분기 실적악화의 요인들이 1회성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여전히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악재로 현실화되면 증시침체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감소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보증권 임승주 연구원은 "증권사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 7.4조원이, 7월(7.0조), 8월(6.8조)달로 갈수록 점차 줄고 있다"며 "증권주들이 지난 달 눈에 띄는 상승을 보였지만, 이것 역시 실적바탕이 아닌 증시 전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증시가 재차 하락국면에 접어든다면, 이는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져 증권사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자금 이탈 역시 골칫거리다. 올 상반기 주식형펀드에서는 10조원이 빠져나갔고, 7월달과 8월(12일 기준)에 들어서는 상반기 환매규모의 절반수준에 육박하는 4조 9000억원이 빠져나가며 증권사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지난 8월 금리를 다시 동결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2분기에 금리 채권평가손실과 부동산 충담금이 규모적으로 조금 줄어든다 해도, 이는 여전히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는 실적을 내 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익 50% 위탁매매 의존…"수익성 다변화해야"

아직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미국이나 일본의 투자회사에 비해 주식 위탁매매, 펀드운용 등 일부 업무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로 인해 시황이 안 좋을때 주식위탁 수수료 등이 급감하며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19일 2009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62곳과 미국 증권사 4923곳, 일본 증권사 305곳의 실적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순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 비중이 50.3%로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73.2%에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시황에 민감한 위탁매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협회 측은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인수·주선 등 기업금융 비중(4.8%)은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판매 및 자산관리 업무 비중 역시 각각 7.7%와 0.7%로 나타났다.

김영민 조사연구팀장은 "현재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수익구조는 질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라며 "향후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수익구조 다변화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2009회계연도에 국내 증권사들의 순영업수익은 주가상승과 거래대금 증가 등 시황호조에 힘입어 전년도의 8조 8480억원에서 11조 910억원으로 25.4%, 순이익은 전년의 2조370억원에서 2조 9490억원으로 44.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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