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진출 '빛좋은 개살구'
증권사 해외진출 '빛좋은 개살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법인·지점 절반이 당기순손실
"수수료덤핑으로 수익성 악화"우려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국내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지향하며 해외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몸집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화 과정을 통해 세계 유수 IB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늘어나는 영업점포에 비해 자본 및 인력측면에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며, 소극적인 위탁매매에 치중해 수익성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고수익-고위험으로 분류된 이머징시장에 점포들이 집중돼, 자칫 국내증권사들끼리 출혈경쟁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81개에 이른다. 지난 2006년 말 38개, 2007년 50개, 2008년 69개로 점포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며 시장파이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 중 절반 가까이 적자를 면치 못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모양새다.

실제로 시장조사 목적의 해외 사무소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의 47개 법인 및 지점 가운데 22곳(47%)이 지난 3월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현지법인은 3월 말 현재 16억83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삼성증권 홍콩현지법도 '삼성증권홍콩'은 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외에도 신한금융투자 유럽법인 '신한 인베스트먼트 유럽'은 같은 기간 10억원의 적자로 부진했고, 우리투자증권은 100% 출자한 '우리 시큐리티 인터내셔널'이 1억 4200만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증권사들은 해외에서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위탁매매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산을 주로 예금으로 운용하는 등 소극적인 영업행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점포당 평균 임직원수는 23명, 임직원 10명 이하 소규모 점포도 절반을 훌쩍 넘는 32개(68%)나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총 자산 규모가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JP모건증권의 서울지점(1조7,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활발한 해외영업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IB부문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현지에서 국내 증권사들끼리 수수료 덤핑경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해 역마진마저 우려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는 소위 우수한 인력이 속한 '맨파워'에 기반해 추가적 인력확보, 조직문화, 전반적인 시스템이 어우러져야 IB나 리테일쪽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런 부문에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며, 최근에는 수수료 경쟁까지 벌어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 마저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에 진출한 점포가 중국·홍콩·베트남 등 이머지시장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전체의 81개의 점포중 61개(75%)가 아시아지역에 몰려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위험-고수익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신흥시장으로의 쏠림 및 해외점포의 대형화 추세로 인해 국내 증권회사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해외점포 영업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