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공시, '정확성'이 먼저다
펀드매니저 공시, '정확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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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지난 9일부터 펀드매니저들의 펀드 운용이력과 운용내역 및 성과, 인적사항까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 공시제도가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펀드 성과의 키를 쥐고 있는 매니저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없이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매니저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생겼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매니저의 이력 공개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철새 매니저'들을 줄이는데도 기여함으로써 투자자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펀드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펀드매니저의 장기근무 유도, 투자자의 알권리 충족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 회복과 장기투자 문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펀드매니저 공시 제도가 시행된 첫날부터 잘못된 정보가 올라왔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등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모 운용사의 매니저 한명은 무려 111개의 펀드, 14조5432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외 법인에서 운용하고 있는 펀드에 국내 책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매니저는 아니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공시에서 누락된 경우와 매니저의 경력이 잘못 기재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설립된 지 1~2년 밖에 안 된 신생자산운용사의 경우 매니저들의 해당 운용사 근무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오해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각각 2008년 7월, 2009년 6월에 설립된 GS자산운용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평균근무기간이 1년 10개월, 현대자산운용은 11개월로 1년이 되지 않는다. 자칫 매니저들의 근무기간이 짧은 철새 서식지로 비춰져 설립 연수가 오래된 자산운용사들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평균근무기간'과 관련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기자들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자료 취합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점으로 지적된 문제에 대한 금융투자협회의 빠른 대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 공시제도가 투자자 보호와 이익증진이란 제도 도입 취지에 역행할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쟁에서 적군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실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그럴 듯한' 허위 정보를 흘리는 것이다. 사실로 확인되는 정보 사이에 '그럴 듯한' 정보를 끼워 놓는다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 된다. 스스로 확인한 일부 정보가 사실이라면 사실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공시제도는 투자자들에게 좀 더 원활한 투자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이익 증진, 펀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적지 않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투자에서 잘못된 정보와 그로 인한 혼란은 투자금의 손실을 의미한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펀드의 성과를 좌우하는 매니저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파급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 시행 후 발 빠르게 오류를 수정하기에 앞서 정보공개 이전에 정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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