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고 '쇼크'..경제회복 암운
日 엔고 '쇼크'..경제회복 암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화값이 15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일본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도쿄 금융시장에 따르면 엔화값은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장중 달러당 85엔대가 붕괴된데 이어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한 때 달러당 84.70엔을 기록해 1995년 7월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엔화값이 브레이크 없이 상승하자 시장 안팎에서는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였던 1995년 상반기의 달러당 79.75엔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값 강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경제의 전망이 불안해지자 글로벌 머니가 달러와 유로를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엔화 강세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유럽의 재정불안, 중국 경제의 감속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0일 미국의 경기전망을 하향 수정하고 국채매입을 통한 추가적인 양적 금융완화책을 시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출 진흥책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폭이 확대하는 것도 미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유럽 역시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가시지않으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중국 경제도 산업생산과 투자가 둔화하면서 감속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이 가중하면서 각국의 증시가 추락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글로벌 머니'가 일본의 엔화에 몰려들고 있다.

일본 경제도 2008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이후 탄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는 양호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엔화값이 예상외로 뛰면서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올들어 일본 경제 회복을 수출이 이끌고 있으나 엔화값이 떨어지지않을 경우 수출 채산성이 악화돼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리는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일본 대기업들은 대체로 올해 환율을 90엔 안팎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는 170억엔, 소니는 20억엔 각각 감소한다. 이를 일본의 전 산업으로 확대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결국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일본의 생산과 고용, 투자,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의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회장은 "국내 생산과 고용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경제산업상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200개 수출 주력기업을 대상으로 엔고의 악영향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엔화값 안정에 일본은행이 나서달라는 간접적 압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엔화값이 달러당 80엔대 초반으로 떨어질 경우 일본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달러를 푸는 상황에서 일본만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약발'이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섣불리 중앙은행이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동원해야 하지만 일본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로 재정건전성이 선진국 최악이어서 신규 국채를 찍어낼 여력이 없다.

올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리는 일본 경제가 엔화값 폭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