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놔두고 어음결제, 욕심 넘어선 탐욕"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균열조짐이 역력하다.
이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질타와 전경련 개회사에 담긴 정부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쓴소리가 오고간 데 이어 이번엔 정부의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심하고 대기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것도 며칠전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나온 제주도 바로 그곳에서다. '주고니 받고니'식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사업파트너로서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하계포럼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데는 대기업 역할이 크다"면서도 "대기업의 선전 배경에는 수많은 중소 하청업체의 분투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그는 "정부도 그런 측면에서 걱정하는 것이지 대기업의 역할과 공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논어에 나오는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을 인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배려, 즉 상생을 촉구한 것.
윤 장관은 "대기업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어물전 꼴뚜기'처럼 일부가 대기업 전체를 망신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수십조원의 현금이 있으면서 납품사에는 현금을 주지 않고 어음을 주고, 어음도 일주일짜리 안주고 한달짜리 주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고 "현금이 있으면서 어음으로 결제한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넘어 탐욕이다"라고 비판의 톤을 높혔다.
이어 "발주도 문서 대신 구두로 하고 나서 취소해버리면 중소기업은 하소연할 데도 없고...", "중소기업 기술을 대기업이 달랑 가져가고 인력도 달랑 빼가고..." 등의 질타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너무 뜨거워도 안 되고 너무 일찍 식어버려서도 안 되는 그야말로 균형점을 잡아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현 경제상황에 대한 고민섞인 토로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서민 체감경기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서비스업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윈스턴 처칠의 문구를 인용해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중도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통해 느낀 교훈으로 "무엇보다 극단을 배격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안할 때 위험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도 함께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