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신용등급, 평가시스템 신뢰도 논란
‘고무줄’ 신용등급, 평가시스템 신뢰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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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 사별로 2등급, 4등급, 8등급 '제각각'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신용정보평가 회사들의 신용등급평가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무줄’ 같은 신용등급 산정을 두고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별로 개인 신용등급 산정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회사원 A씨의 경우, 각 신용평가사별로 2등급, 4등급, 8등급의 신용등급을 산정 받았다. 국내의 개인 신용등급 평가기관은 한국신용정보(한신정·NICE), 한국신용정보평가(한신정평가·KIS),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세 곳이다.

개인 신용평가등급은 금융기관이 대출 신청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척도중 하나로 활용된다. 신용이 낮을수록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대출가능 금액은 적어진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6등급 밑으로 떨어지면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시중은행이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개인 신용등급은 개인의 경제생활과 직결돼 있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개인의 신용등급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에 대해선 신용평가사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일례로 회사원 A씨는 해당 신용평가사에 왜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게 산정됐는지를 문의했다. 신용평가사간 신용등급이 최대 6등급까지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해당 신용평가사는 A씨의 신용등급이 낮은 이유에 대해 “카드이용 한도에 가깝게 카드사용을 한 것이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이라는 설명을 내 놓았다. 하지만 A씨는 “카드한도에 크게 못 미치게 카드사용을 했는데 신용평가사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A씨는 “카드한도 300만원 중 12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들쭉날쭉 고무줄 같은 신용평가 때문에 경우에 따라 간발의 차이로 개인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회사원 B씨는 최근 캐피탈 대비 금리가 낮다는 은행의 자동차 대출을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 신용등급이 6등급(5등급까지만 대출)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B씨가 또 다른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신용등급은 5등급이다. 점수로는 1000점 만점에 755점. B씨는 “다른 신용평가사에선 신용등급을 5등급으로 평가받았다”며 대출을 재차 문의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신용등급을 6등급으로 평가한 신용평가사의 기준을 가지고 대출 여부를 판단 한다”고 말했다. B씨의 경우 신용등급 한 등급 차이로 대출이 거절된 셈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개인 신용등급 산정이 사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마다 평가방법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별로 개인 신용등급이 똑같은 나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업계에선 금융권에서 개인 신용등급 산정 자료가 신용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신용등급에 차이가 발생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자료를 대출심사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금융회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축적된 CB를 토대로 산정한 신용등급이 금융권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신뢰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신용평가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평가시스템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자 민간 신용평가사에만 신용등급 산정을 맡겨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신용정보사 대표이사는 “정부가 신용평가사에 대한 지분 인수 형태로 평가 업에 참여한다면 공신력 문제는 다소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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