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갑엔 지퍼가 없다
국민 지갑엔 지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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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7~8%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정부는 신나서 발표한다. 내용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쌍끌이 수출을 주축으로 한 상품수지 흑자가 지난 6월 경상수지 흑자규모 50억4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63억5000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추세대로 나아가면 올 연말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50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중 흑자규모가 116억1000만 달러라고 하니 수치상으로만 봐서는 그런 전망이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빛나는(?) 실적 이면에는 복병도 많고 그늘도 넓다.

대외적 복병으로 꼽히는 것이 첫째,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이 높아지는 데 따라 원화가격 현실화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이다. 이와 아울러 향후 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는 상황에서 1100억 달러를 넘는 은행의 단기외채가 국내 외환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 중국 수출비중이 25.1%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을 다스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쿨다운 정책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 수출전망을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도 없게 만든다. 동시에 세계적인 경기회복 속도보다 과도한 수출호조는 한국 상품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정부는 이런 바깥의 복병쯤은 피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치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외교와 통상 부문에서 과연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인지 염려되는 일들이 심심찮게 드러나곤 한다.

이번 리비아에서의 스파이 활동 사건만 해도 그렇다.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세계 각처에서 첩보활동들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산업스파이나 높은 보안수준의 국가기밀 누출 우려가 아닌 한 어지간하면 외교관계를 고려해 서로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다 외교관계에 뭔가 문제가 터지면 스파이 활동이 공식적인 빌미가 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리비아에서의 스파이 사건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파장이 이미 감지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당하기 전까지는 국정원 직원 자신이나 현지 대사관이나 모두 몰랐다는 표정이니 참 답답해 보인다.

이런 바깥일도 걱정이지만 실상 더 걱정은 나라 안의 사정이다. 양극화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가계와 가계 사이의 양극화만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잘나가는 업종과 성장 동력이 멎어가는 업종간의 양극화 문제도 국가 미래에 대한 어떤 청사진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이미 집권 중반기의 고비를 넘고 있는 시점이니 청사진을 내놓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그저 수출 잘돼 우리나라가 잘 살고 있다고 선전만 하면 그래프만 보고 배부를 것이라고 믿는 양 태평스럽기 그지없다. 하기야 그렇게 하고도 이번 보선에서 이기기까지 했으니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기도 하겠다.

문제는 그동안 수출 지원, 기업 활동 지원의 구실로 저금리 상태를 오래 끌어오면서 토목사업을 위한 국가 재정지출은 필요 이상으로 늘린 결과 공기업 여기저기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향후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키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다. 성남시처럼 재정이 구멍 난 지자체에서 지급유예를 선언하질 않나 이미 몇 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벌여온 신도시 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이질 않나 되는 것 없는 요즘의 LH공사는 그 빚 또한 눈덩이 불어나는 수준을 넘어 눈사태를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다. 2003년 20조원에 불과하던 LH공사의 부채가 지난 6월 말 118조원으로 6배까지 늘어났다. 그 주된 원인으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가 꼽힌다. 즉, 초대형 국책사업에 따른 막대한 보상비를 LH공사가 떠안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도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구설수에 오른 한전이 내놓은 변명을 보자면 적자의 원인은 원가가 다 올랐으나 전기요금은 묶인 탓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 빼면 모든 물가가 다 오른 마당에 달리 대책도 없이 산업용 전력의 비중이 큰 전기요금은 확실히 묶어둬 막대한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국민 주머닛돈은 나랏돈이거니 하고 살아야 편한 잠이나마 잘 수 있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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