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內戰)의 대가
내전(內戰)의 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로 6.25 발발 60년이 지났다. 한 갑자, 두 세대의 세월이 흘렀지만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로 아직도 끝내지 못한 전쟁으로 남아있다. 전쟁의 상처 또한 민족 내부의 갈등과 사라지지 못한 공포로 여전히 엄존하고 있다.

6.25는 강대국의 대리전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민족 사이에 엄청난 피를 흘려야 했던 내전이었다. 총탄과 포화로 숨지고 부상당한 전쟁의 직접적 희생자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기반시설의 처절한 파괴로 인한 장기간의 빈곤과 그로 인한 굶주림과 질병으로 잃어버린 생명은 또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많이 누그러뜨렸던 적대감을 요 근래 흥건히 드러내곤 하면지만 휴전상태는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작은 충돌이라도 발생할라 치면 흥분해서 전쟁하자고 나서는 극우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이성을 잃지 않은 덕이다.

지금도 정신없이 내전 속에 휘말려 국민 대다수가 극빈 상태로 내몰리고 굶주리고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보면 불안정한 상태일망정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이 정도의 평화마저도 참 감사하다. 종종 잊고 지내지만 찾아보면 내전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많다.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수단, 우간다, 르완다, 콩고, 에티오피아 등등.

내전이 장기화되다보니 부족한 전투병을 10대의 어린 아이들로 대체해 세계를 전율케 만들기도 한다. 물론 6.25 당시에도 남과 북 양쪽 모두 소년병들이 존재했다. 북쪽에선 의용군, 남쪽에선 학도병이라는 이름으로 적잖은 수의 중`고등학생들이 군복을 입었다.

그러나 참전했던 이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봐서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된 것은 아닌 듯하다. 물론 전쟁이 더 길어졌다면 그런 수준의 통제도 제대로 지켜졌을지 의문이지만.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일각에서 치러지는 내전은 아직 혹독한 가뭄피해까지 겹친 아프리카 수준은 아니지만 역시 비참하다. 어디라 할 것 없이 힘없는 어린이, 여성, 노인들이 최대 피해자다.

그 전쟁은 각종 이해를 따르는 안팎의 훈수꾼들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가면서 쉽사리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전 중인 국가에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외국의 군대며 기업 등이 더 넓은 터전을 선점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드나든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이 세력들로서는 내전이 길어질수록 건질 것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 역시 내전 중인 나라에서 부지런히 사업을 벌여가고 있다. 우리도 아직 휴전상태이면서 내전이 진행 중인 이런 나라에 나가 사업을 펴나가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우리 땅에서 이 작고 불안정한 평화나마 몇 십 년째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툭하면 군대가 밀고 올라가 통일하자고 집단적으로 목청 높이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게 됐다가는 우리의 미래는 송두리째 날아가고 만다. 사회 기반시설은 다 파괴되고 아이들의 교육도, 의료도, 모든 것에서 후퇴는 불가피하다.

주먹다짐이 결과는 빠르게 나올지 모르지만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오래 간다. 대화로 풀어나가는 일은 참으로 지루하고 인내를 요하는 일이지만 적어도 온 나라가 초토화되고 몇 백만씩 전쟁으로 죽어나가는 일은 피해갈 수 있다.

전쟁이 또 터지면 잃을 것은 사람 목숨뿐만이 아니다. 해방 직후의 우리나라는 가진 것도 별로 없었으니 잃을 것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면 지금 우리는 잃을 것이 많아진 나라다. 그 모든 성과를 다 버리고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드는 게 아닌 바에야 전쟁 소리를 그리 쉽게 할 얘기는 아니다. 전쟁 얘기 쉽게 꺼내드는 이들 중에는 군복무도 안한 이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쟁 겪어본 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전쟁의 위험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내전의 참혹한 대가는 총부리 직접 겨누는 전쟁에만 적용될 얘기는 아닌 듯하다. 요즘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 모습을 보면서도 총만 안 들었다 뿐 내전을 치르는 나라의 지도부들과 다를 바 없는 비전 없는 모습들을 종종 보여준다. 한나라당과 비 한나라당, 어느 쪽이 먼저 내부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