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안심해도 될까
하반기 경기 안심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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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각종 발표를 보면 하반기 한국 경제는 낙관할 만하다. 국내 대기업들도 설비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언론에서는 나팔을 분다. 벌써 하반기로 접어든 마당에 그런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팡파르를 믿고 따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런데 안팎의 여러 정황은 하반기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무언가 찜찜하다. 내수를 일으킬 개인 소비여력은 하반기에 더 커질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중소건설업체들이 대거 워크아웃된 것은 하나의 신호에 불과해 보인다.

이미 하반기 출구전략을 예상하고 여신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은행권 소식을 듣자 하면 중소기업들의 줄도산만 닥치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싶다. 제2금융권의 서민금융 부분에서는 여전히 대출 경쟁이 뜨거운 듯 보이지만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실시됐을 때 그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내수가 신통찮으면 수출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경제 관련 뉴스들은 훨씬 암울하다. 유럽 7월 위기설, 미국 소비심리 위축, 중국의 성장 둔화 등 G3가 모두 흔들린다는 소문은 국내 경제의 호조 발표가 홍수 앞두고 웅덩이에서 북적이는 모기 유충의 분주함 같은 것은 아닌가 싶은 염려를 불가피하게 한다. 제발 노파심이었으면 좋겠다.

특히 유럽이 앓고 있는 증상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다행히 유로존 은행권 1년짜리 긴급 대출 상환 소동은 예상보다 조용히 가라앉는 듯하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는 여전하고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 부실이 심각하다 해서 초비상이라 한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금융 위기는 곧바로 유로존 전체에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16개 유로존 국가 은행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은 ECB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인 9,000억 유로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의 대출규모 5,000억 유로보다 80%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칼,, 아일랜드에 해준 대출 가운데 회수가 우려되는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9,580억달러에 달한다.

1년 전의 미국 발 금융위기가 금융권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유럽의 위기 역시 국제적 위기로 발전할 소지가 다분하다.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가들은 유럽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가 같은 패턴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발 금융위기부터 시작된 현상이지만 실물부문의 성정 뒷받침 없이 금융산업만 비대화하고 있는 현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심각한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은 더 이상 제조업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려 하기보다 금융 이윤에 더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금융산업은 계속 자금의 회전을 통한 자산 부풀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패턴이 지속 가능할까.

고속성장 시기에는 미래 시장을 먼저 읽은 제조 기업들이 굴러가는 돈을 빌려 자산을 키워감으로써 제조 기업과 금융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창출된 일자리는 개인의 소비여력을 높여줘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제 투자 대비 생산이 비교적 공정한 산업은 대체로 시들어가고 너나없이 고부가가치 산업에 매달리면서 거품이 커져간다. 그 최첨단에 금융회사들이 있다. 스스로 덩치를 부풀려가고 그러다 제발 걸려 넘어지듯 위기를 초래한다. 이미 충분히 비대해진 초국적 금융자본들은 계속 더 많은 세계의 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능을 하고 있다. 그 끝은 어떨까.

이런 판에 한국 정부는 지금 메가 뱅크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한 발 늦은 행차는 아닌가 걱정된다. 주식투자에 비유하자면 상투 잡는 개미 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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