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개인금융 확대 '기대보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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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사업 이어 대출·신용카드업 진출 추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과열경쟁 촉발"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PB시장 진입에 이어 이번에는 신용카드업은 물론 대출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개인금융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 구안숙 부행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가계대출과 신용카드사업을 해야 한다"며 이와관련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업무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관련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취약한 네트워크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지점수는 40여개로 1000여개 안팎의 국민·신한·우리은행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에 앞서 산은은 지난 4월 산은지주 계열사인 대우증권과 연계한 금융복합점포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PB(프라이빗뱅킹) 사업에 진출했다.
  
시중은행을 닮아가려는 산은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시중은행들로서는 산은의 행보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은이 개인고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경쟁사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각종 금융사고 역시 금융위기 이전 은행간 과열경쟁에 따른 후유증이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은 금융위기 이전 이뤄진 부동산PF 관련 금융사고로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당초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들어 국내 시중은행과의 경쟁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의해 번번이 제동이 걸면서 결국 국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은행권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은 자산성장세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축소일로의 가계대출과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수익창출 통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지속될 경우 은행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산은의 개인금융 강화 움직임에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산은의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개인금융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될 경우 오히려 업무 및 시스템 중복에 따른 몸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형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도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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