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高大천하 '一長一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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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이팔성·어윤대 '고대 3인방' 눈길
관치금융 희석될까…시장재편이 시험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현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순수 민간금융사인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가운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을 겸비한 핵심인사들이 민간금융사 수장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김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주도세력 급부상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신한지주를 제외한 세곳 수장 모두가 고대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들 세명은 동일 대학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현 정부의 대표 서민금융정책인 '미소금융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하나금융의 특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며, 이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KB금융 어 회장 내정자는 대통령의 같은과 2년 후배이며, 현 정부에서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후 한은총재 후보에 오르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정평나 있다.

또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지만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시절 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8년 대선 때는 MB캠프에 참여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실세'들이 금융지주사 수장자리에 포진한 것과 관련, 현재까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행태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지만, 반대로 중장기적으로는 관치논란이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저평가 이면에는 '관치금융'도 한몫을 해왔다"며 "이들 수장들이 외풍을 막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간다면 국내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재편 '시험대'…'소통' 노력이 판가름
관치금융이 희석될지 여부는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재편 과정이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재편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정부 개입 없이 금융지주사간 공정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KB금융 회장직 인선을 놓고 정부의 '메가뱅크'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어 내정자도 회장 내정 직후 우리금융 인수는 물론 산업은행 인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세계 50위권에 진입할 정도의 자산증대 효과는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조합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승유 회장 역시 이같은 점을 내세우며,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한 KB금융과 '하나+우리' 조합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등에 업은 하나금융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졌다. 반면, 이팔성 회장은 대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先 민영화, 後 대형화' 가 바람직하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재편을 둘러싼 '고대 3인방'의 의중이 모두 제각각인 만큼 주주들과 시장의 평가가 시장재편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각 금융지주사 회장들로서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시장과의 소통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재편을 주도할 금융사와 매각 대상 금융사 모두 현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섣불리 나서기도 힘든 역학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M&A를 둘러싼 '실세'들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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