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수료, 낮추는 게 능사 아니다
펀드 수수료, 낮추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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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펀드 투자자의 이익증진과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펀드 판매수수료 인하와 올해 초 시작된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높게 책정돼 있다고 지적받아온 펀드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투자자의 판매사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두 조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조치들이 수수료 및 보수 등 투자비용을 낮추는데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금융회사도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며 펀드 판매사 입장에선 펀드 판매 보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이 수익이 덜 나는 사업에 덜 힘을 쏟는 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판매 보수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면 판매사들은 펀드 판매가 아닌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내고 수익 증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펀드와 관련해 투입되는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판매사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판매 보수를 낮추는 것이 당장은 투자자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식당에서 주문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주문을 재조정하거나 식사비를 무료로 제공받으면 그만이다. 때로는 사과로 무마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상품은 투자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복구하기가 어렵고 투자자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금융회사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부터 종료될 때까지의 전과정에 걸쳐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투자과정 중 발생하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의 인재와 시스템, 서비스를 갖춰야하는 이유다. 따라서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입은 줄이면서 서비스의 질은 높이라는 요구하기보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들도 판매사의 제대로 된 관리라는 질 좋은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다. 투자자들이 펀드 이동제에 큰 기대를 했던 것이 그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사들은 각자가 제공하는 경품 외에 서비스 차별화에 실패했고 펀드 이동제는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판매사간 과당경쟁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도 펀드 이동제 활성화를 가로 막는데 한 몫을 했다. 과당경쟁을 지양하라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입장에 판매사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눈치를 살피느라 고객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쟁이 두려워 아예 경쟁을 시작도 못한 셈이다.

금감원은 펀드 판매 보수인하와 펀드 이동제 등의 조치로 투자자들의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회복과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의 무게중심이 투자비용 인하에만 머무른다면 금감원의 바람은 요원하기만 하다.

발전은 치열한 경쟁과 투자를 통해 이뤄진다. 판매사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선 판매사간 경쟁과 질 높은 서비스에 걸 맞는 수입은 필수요소다. 투자자들에겐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음으로서 제대로된 투자를 하고 거기에서 수익을 높이는 게 더욱 반가운 일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이 서비스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공정경쟁의 여건을 조성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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