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이 부른 실패
조급증이 부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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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2차 발사도 실패로 돌아갔다. 겨우 상공 70km에서 폭발로 추락했으니 결과적으로는 1차 발사 때보다도 후퇴한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교과부 장관은 1차 발사 실패를 ‘성공’이라고 말했었다. 계속 따져 묻는 기자들에게 결국 부분적 성공이라는 의미라고 토를 달긴 했지만 전문가나 모두가 다 실패했다는 데 굳이 성공이라고 말한 의도가 뭔지 궁금했었다.

두 번의 발사 시도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가 3차 발사를 해주기로 했다는 계약 내용까지 들춰가면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번 실패에는 어떤 수사를 동원할지도 궁금하다.
세상에 실패 없는 성공이야 있을까마는 국내 과학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쏘아 올렸던 인공위성 우리별 시리즈나 상용위성 무궁화호,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호 시리즈가 큰 실패를 겪지 않았던 터라 국내 독자적인 발사 기술 개발 실험이 연속 실패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그래서 과기부도 없애고 정통부도 없앤 현 정부에 더 답답함을 느끼게도 된다.

물론 인공위성 개발과 발사 기술 개발은 다른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발사 기술의 기초가 되는 로켓 기술은 미사일 발사체 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미국의 간섭에 의해 사실상 기술개발이 경쟁국들에 비해 매우 늦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국이 굳이 러시아와 발사 시험 계약을 체결한 것도 다른 나라들이 바로 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일정 사거리 내에서의 미사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군사정권 아래에서의 미사일 개발에는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군사정권을 그만큼 호전적으로 봤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유신 시절,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조차 없는 미사일 발사 시험 실패 소문이 쉬쉬하는 속에 시중에 퍼진 적도 있다. 당시 유비통신, 카더라 방송이라는 비밀스러운 입소문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다닐 그 당시 미 카터대통령의 미군철수 압박 카드에 맞선 유신정권의 불안감도 높았던 탓인지 핵개발 소문이며 미사일 개발 소문 등이 끊임없이 나돌았었다.

우리의 독자적 발사체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무궁화호 발사를 앞둔 시점부터였다. 과학위성 수준에서의 발사 단계까지는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이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막상 상용위성을 쏘아올리면서 앞으로 계속 개발될 인공위성을 번번이 외국에서 제작, 조립해가며 쏘아올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아무리 위성을 쏘아 올린다 해도 독자적 발사체와 발사 기술을 갖지 않고서는 미래의 우주전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자각을 시작한 것이다. 그 때도 외국 발사체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펴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경제적’이라거나 ‘효율적’이라는 표현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코 경제적이지도 않았고 효율적이지도 못했다는 결과를 경험하는 일이 종종 있다. 기초과학을 가볍게 여기고 해외에서 기술 혹은 제품을 사오는 것이 경제적이라거나, 남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여긴 결과가 혹 이번 나로호의 잇단 발사 실패와는 무관한지 슬며시 의심이 든다.

또한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 채 나로호의 발사시기를 무리하게 맞추려 한 것도 그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현 정부 관료들의 발상과 관련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비용절감을 위해 서두르다 더 큰 비용이 들게 생긴 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어서다. 선거도 끝났으니 발사를 서두르는 게 꼭 정치적 이유만은 아니었을 성싶어 보여서 하는 얘기다.

그런 차에 실패 당일 서둘러 3차 발사시기를 말한다. 아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원인규명에만 반년은 족히 걸릴 텐데 내년 상반기내에 발사한단다. 무엇에 쫒기는 것인가.

2차 발사의 실패가 러시아의 책임으로 판명이 난다해도 여전히 위성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우리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은 터에 서두르기만 해서 어쩔 셈인가 싶다. 지금처럼 이것저것 실패가 이어질 때에는 오히려 조급증을 버리고 좀 더 여유를 갖고 단단히 검토하고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괜히 생긴 게 아닐 텐데 ‘들을 귀’ 없는 정부가 이런 충고들을 들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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