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가격 폭락에 업계 ‘울상’
ATM 가격 폭락에 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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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보다 40%↓, 부품업체 타격 우려
가격 조정 위한 제3기관 필요성 제기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올해도 금융자동화기기(ATM)의 가격 폭락이 심화되고 있어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청호컴넷, FKM 등 국내 주요 ATM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한은행 ATM 발주 사업에서는 ATM기기 1대당 가격이 1200만원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대당 2000만원 수준인 기기 원가에서 40%나 떨어진 것이다. 신한은행의 ATM기기는 노틸러스 효성과 청호컴넷이 6대 4의 비율로 공급하기로 결정됐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를 시작으로 농협, 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이 도입하는 ATM도입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많아 ATM업계는 가격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ATM기기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올해 800대 발주했고, 신한은행은 당초 600~700대 정도의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1200대 발주했다. 이달 중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발주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활발한 도입 움직임에도 불고하고 ATM업계는 사업 유지를 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초부터 간신히 유지해온 1300만원대가 무너지고, 급기야 1200만원 아래로 가격이 떨어져 팔면 팔수록 적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ATM기기 핵심부품을 국산화에 성공한 LG엔시스와 노틸러스효성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ATM 업계 관계자는 “ATM기기 가격이 폭락하니까 도입량을 늘린 은행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ATM 업체의 경우, 적자인 것을 알면서도 생산 공장이나 투입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ATM기기 발주 과정에서 지금의 가격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 은행은 “최근 ATM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사실상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기술 부문에서 차별화를 두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파괴가 지속 될 경우, 그 피해가 ATM기기 도입 고객이나 ATM 부품 협력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 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ATM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은행에 공급되더라도 향후 유지보수 문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또한 ATM기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자 가격 조정을 위한 중재 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에도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해 ATM기기 원가를 은행 및 금융감독원에 공개한바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비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이루어낼 수 있는 제3의 중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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