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지러운 '천안함 경제'
참 어지러운 '천안함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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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가 나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던 주식시장이 정부의 발표 이후 어지럽게 흔들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은 그렇다 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작은 소문에 춤추는 주가를 쫒기에 정신이 없어 보인다.

국내 증시뿐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유럽 발 금융위기로 허약해진 세계 금융시장이 한반도의 냉전회귀 움직임에 한국 증시보다 더 큰 폭의 급락을 경험하고 있다.

차라리 한국 시장은 차분한 편에 속한다. 오랜 경험에 의해 선거만 끝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가 일정한 지지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이번 소동이 그리 간단히 끝날 수 있는 것인지는 남과 북의 극단으로 치닫는 공방으로 볼 때 그리 속편하게 장담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27일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사흘 만에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탈환하며 급등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한국시장의 견실함을 보여준다고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가 않다. 오히려 역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시장에서는 이날 아침 ‘북이 사과할 것이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소문이 나돌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반전의 계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시장은 흥분한 듯 치솟았다. 그간의 과매도에 따른 매수세라고 하기에는 상승폭이 컸다.

물론 이날 중국과 일본의 증시도 한국 시장만큼은 아니어도 큰 폭 상승했다. 과매도에 따른 반작용이다, 한반도 위기를 단발성 위기로 보는 투자심리가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따랐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양국에게 있어서 한반도의 위기는 자국의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겠다.

뿐만 아니라 이날 한국시장을 견인한 진짜 힘은 전날 “필요시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힌 정부 발표의 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시기적으로 오해받기 좋은 시기에 서둘러 중간 발표한 정부로서는 예상보다 컸던 시장의 위기 반응에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인상을 준다.

실상 27일 증시를 흥분시켰던 ‘북한의 사과’ 소문과는 반대로 북한 총참모부는 “남북교류 군사적 보장을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뉴스는 시장이 끝난 직후에 보도됐으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보다 앞서 북한은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내 통신단절, 경협사무소 인원 추방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시장의 흥분상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미 적십자 사업도 중단한다고 발표한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 보도가 전날 나온 상태여서 충분히 시장에 반영됐다는 심리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발표 이후 현 정부 기간 내 대화 중단, 전시법 적용 등 계속되는 압박을 가하는데도 시장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에, 국가 비상금인 외화 공급 확대에 들뜨는 것은 그다지 건강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

어떻든 27일 시장을 보면 증시는 정부 뜻대로 안정화되는 듯하다. 하지만 실물부문에 실질적 투자를 해야 할 기업들 입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안정화된 된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개성공단이 문제다. 금강산 관광이야 이미 중단상태이니 일단 제쳐두자.

어느 뉴스를 믿어야 할지도 어지러운 언론보도를 일단 통 채 따르기로 하면 정부 관계자들은 북이 경제적 이익 때문에 개성공단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경제적 이해문제만이라면 그런 전망도 가능할 수는 있겠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 선거 후에 대북 발언수위를 조절해 나갈 생각이라면 그런 전망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소식이 나 돈지 꽤 됐다. 핵이 있다는 가정 하에 이라크를 초토화시킨 공격을 가했지만 끝내 이라크에서 핵무기는 나오지 않았던 전례가 북에도 적용될까 극도의 긴장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소식이 처음 흘러나왔지만 남한의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북한의 긴장감도 다소 완화되는 듯 보였다. 그러던 차에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굉장한 자극이 될 법하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안전을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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