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그리고 우리의 미래
부동산, 강남 그리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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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에는 서울 강남권만 존재하는 듯하다. 가격 폭등이 일어나도 강남권 시세에만 그칠 뿐이고 가격 폭락이라고 호들갑을 떨 때도 주 대상은 역시 강남 아파트들이다.

그런 현상은 이번 2차 보금자리주택 일반 공급 사전예약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2일차 사전예약 접수 결과에 따르면 19일 남양주, 구리, 부천, 시흥 등 수도권에 배정된 보금자리주택 5,798세대에 대한 신청 인원은 1,397명에 불과하다. 첫날 신청자를 포함해도 2,197명으로 경쟁률이 0.4 대 1에 불과하다.

그런데 각각 281세대와 259세대를 모집하는 서울 강남권의 내곡 및 세곡2 지구에는 6,000명 가까이 몰렸다. 이미 첫날 경쟁률이 9.8 대 1, 12.4 대 1을 기록하며 조기 마감됐다고 한다.

모든 부동산 동향의 시발점은 강남이고 그곳에서 강북과 수도권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파장은 대체로 거기쯤에서 끝난다. 어느 범위까지 퍼져 가느냐가 부동산경기의 가늠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신청 미달사태는 그만큼 부동산 경기가 시들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좁은 면적에 전 국민의 절반이 몰려 살다보니 주택문제가 발생해도 그 공간에서 생길 수밖에 없다. 수도권 인구가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기형적 인구 구조는 경제의 지역적 집중화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먹고살기 위해 매달릴 곳이 서울뿐이고 그 서울을 향해 너나없이 몰려들다보니 주택난이며 교통난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경쟁은 신경질적으로 심해진다. 어린 아이들부터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사회는 속수무책인양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정말 속수무책이었을까. 불과 몇 년 전,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킬 대책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제안됐다.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를 분산시키려면 수도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는 합당했지만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주민들의 이해와는 크게 상충되는 비정치적 제안이었다.

당연히 이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반대에 부딪쳤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의정활동을 벌인, 현재는 여당이 된 과점 야당 의원들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였다. 게다가 상위 몇 % 안에 들 헌법재판소 판사들 손으로 수도 이전은 헌법 사항이라는 기상천외한 판결을 내놓으며 수도 이전은 무산됐다.

그러니 수도이전에 쌍심지 돋우며 반대하고 나섰던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은 적어도 서울의 공해며 교통난이며 교육문제 어느 것 하나에 대해서도 불평할 권리가 없다.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순간 이미 행여 내 집값 떨어질세라 모든 불편을 스스로 감수하기로 작정한 셈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그토록 작은 기득권에 목숨 건 이들의 성취물인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와 부의 강남 집중화는 얼마나 더 지속될까. 이미 사회적 균형추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상태다. 왼쪽, 오른쪽 균형추가 기울어지다보면 끝내는 뒤집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다.

옛 사람들은 그런 현상을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로 표현했다. 여전히 고속성장에 목마른 사회여서 아직은 뒤집힐 상황이 오지 않을 테지만 지금처럼 강남권의 빠르게 부를 흡수해 들이면, 강남이 부의 블랙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블랙홀은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하늘의 암흑구덩이다. 그 블랙홀이 늘어가면 우리가 사는 우주에 끝내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처럼 탐욕스러운 부의 블랙홀이 존재하는 한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의 동력을 생성해내지 못한다는 점을 역사는 가르친다.

일단 뒤집히면 그 사회는 새롭게 시작할 테고 그렇지 못하면 화석화된 부를 끌어안은 사회가 주변국들의 신선한 에너지에 빨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어떤 결과든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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