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에 부동산 규제 완화 '웬말'?
'출구전략'에 부동산 규제 완화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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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서며 곧바로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따라서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은행권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듯하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여수신 부서가 각기 입장이 갈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모 은행의 PB 담당자에게 들은 전언에 따르면 부서에 새로 전근 온 상사는 “왜 내가 온 후로 실적이 떨어지느냐”고 채근하는 데 수신부서에서는 “자꾸 돈만 들여오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타박이란다. 자신의 판단으로도 출구전략 실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현 상태에서 PB부서가 실적을 올리는 것은 은행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새로 온 상사 입장에서 실적에 안달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니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여신 부서에서는 이미 주택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대출 수요도 줄어든 마당인데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금리가 오르면 당장 부동산 담보대출부터 불량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니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다. 그렇게 은행권에 고인 돈이 9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여신 담당부서에서는 금리인상으로 더욱 침체될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가 4년 전 가격으로 내려갔으니 이제 주택시장에 규제를 완화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출구전략 시행에 앞서 주택거래 규제를 풀어야 할까.

부동산 문제는 경제적 문제이기 이전에 정치사회적 문제다. 가구당 가처분 소득의 증가율과 아파트 실거래가의 변동을 연계시켜 보지 않고 단지 아파트 가격 자체만의 변화로 시장정책을 바꿔가는 것은 사회 안전망의 측면과 관련해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간의 저금리 정책 지속에 따라 이미 다른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으나 개인 소득, 가구당 소득이 증가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올 하반기 신규 물량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아파트 거래에 따른 부동산 투자수익을 인위적으로 부추기지 않는 한 규제완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시장을 부추길 경우 변화해가고 있는 부동산 투자 패턴을 되돌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유자금을 가진 계층에서는 임대소득을 겨냥한 부동산 투자로 투자 패턴을 바꿔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는 지금 가격 상승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 수익성과 안전성 모두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유자금을 가진 계층을 대상으로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지금 규제완화 정책을 잘못 시행했다가는 관망하고 있는 90조 원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 쏟아부어주는 부작용 우려만 커질 뿐이다.

출구전략의 시행에 따라 금리가 오른다 해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마당에 큰 폭의 인상은 예상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정부가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장기간의 투자부진으로 미래전략에서 경쟁국 기업들에게 밀리고 있는 기업의 새로운 투자 촉진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더욱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지간한 수준의 여유자금을 가지고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쉽사리 돈을 묻어두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산은 많아도 가용자금이 떨어져 곤경에 처해야만 했던 80년대의 ‘부동산 거지’ 악몽을 경험한 세대라면, 특히나 지금 같은 경기 상황에서 섣불리 부동산에 올인 하는 방식의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거래 규제를 완화할 경우 투기성 자금의 유입으로 버블을 키울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미국도 일본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악몽을 겪었음을 기억할 일이다. 유럽 시장도 남의 마당만은 아닌 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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