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뱅크 추진, 급한 일인가
메가 뱅크 추진, 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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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도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합병한 메가 뱅크 안이 당초 추진예정 시기인 6월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은행을 민영화한 후 국민은행에 매각, 대형 금융사를 만들겠다는 정부안은 그동안 관치금융 논란 등 몇 가지 장애물을 만나 다소 지연되는 듯도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한 은행 대형화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던 사안이다. 국제금융시장이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 금융사들의 각축장이 된지 오래고 이들의 행보는 각국 정부의 금융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한 은행의 대형화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이다.

그러나 매사에는 때가 있다. 현재의 국제금융 질서가 과연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해도 좋은 상황인지를 우선 점검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전 세계적 경기침체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출발했고 그 위기는 대형 금융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그 발단이 됐다. 워낙 거대 은행들의 부실이 심각해 미국 정부는 국가적 위기해소를 위해 부실 거대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화한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미국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합당한 정책방안이 없는 미국 정부가 골드만삭스를 제소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지원만 하고 온전한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마르크시즘이 예고했던 자본주의의 최후와도 비슷한 양상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싶은 이들이 극히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즉, 더 이상의 거대 금융자본은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위협할 힘을 갖게 된다는 전조를 지금 미국의 금융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거대 금융자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종류의 거대 자본이든, 어느 나라에서 출발한 자본이든 이미 글로벌 경영을 내세우며 각국 정부의 규제나 감독을 피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더욱이 국가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의 규모가 과도하게 큰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어디라 할 것 없이 자본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가고 있다.

물론 정부 관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기업을 모태로 한 재벌과 달리 은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현재 규모에서도 사기업이라면 불가능할 여러 정책적 간여가 은행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런 기대를 가질 만도 하다.

정부가 무어라 변명을 하던지 개인 오너가 없는 은행의 인사권에 여전히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앞으로도 쭉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을 법 한 것이다. 그러나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은 단지 정치논리에 금융정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금융사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현재 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앙은행을 통한 금리 결정권과 은행 건전성 지표로 은행을 통제할 수는 있다. 문제는 민영화된 은행에 대해 금융상품이나 영업방식에 대해 간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바로 그런 틈새에서 발생했다.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산업의 영역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여전히 은행 영업의 핵심 중 하나다. 그 대출에 위험성이 커지면 금융위기로 연결되는 것은 삽시간이다. 지금 대출도, 투자처 찾기도 마땅찮은 저축은행의 고민은 대형 은행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정책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기라도 하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재연이 오지 않는다 장담하기 어렵다. 정책에 의존한 경기 활성화는 곧 거품을 양산할 것이고 일순간에 꺼져버릴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막혔던 출구가 열릴 때는 늘 위험하다.

실물경기는 부진한 채 금융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는 지금은 은행의 거대화보다 안정성 위주의 경영에 의한 은행의 내실화가 더 시급한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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