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기강이 문제?
군의 기강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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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필자의 한 칼럼을 본 한 독자로부터 내용상 문제를 지적하는 메일을 받았다. 현재 공군에 있다는 이성일씨는 ‘F-15 전투기의 잇단 추락사고’라는 부분에 대해 한국 공군의 주력기종인 F-15 기종의 추락 사고는 1건 뿐이라고 지적했다.

덕분에 사실 확인을 위해 자료를 뒤지다보니 F-16을 F-15로 잘못 표기한 필자의 실수와 더불어 근래 잇단 군의 사고 소식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 또한 발견됐다. 사후 수습이나 원인 분석 과정에서도 ‘사람의 생명’이 너무 가벼이 다뤄지는 듯해 속이 편치 않게 만드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번 칼럼을 통해 일전의 실수를 바로 잡으면서 동시에 최근 잇따르는 3군의 사고 소식과 그 원인에 대해 다시 짚어보자는데 생각이 미쳤다. 군에 대해 왈가왈부할 지식이 별로 없는 필자이지만 3, 4월의 잇단 사고 소식을 ‘군 기강’ 문제로 보는 일부 시각이 올바른 것일까 싶은 의구심이 생겨서다.

우선 1990년 이후의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다른 매체의 기사를 참조해 정리해보니 1994년에 3건을 비롯해 최근 대관령 근처에 추락한 KF-16 전투기까지 16년 동안 훈련전투기를 포함한 공군 전투기 사고만 무려 28건에 달한다. 그 중에는 오래된 기종의 예고된 사고를 의심할만한 것이 많았지만 80년대 후반 미 공군에서도 성능을 의심했다던, 한국 공군으로서는 비교적 신형에 속할 성 싶은 F-16 계열의 전투기 추락사고도 여러 건이다.

F-16 도입과 관련해서는 한때 ‘양심선언’으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1989년 기사에 따르면 미 공군이 기체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F-16의 비행을 중단시킨다는 소식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공군이 도입한 것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래 빈발하는 비행기와 함선의 사고 소식들이 어떤 바탕에서 일어나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래도 군의 기강문제만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3, 4월에 잇달아 발생한 군의 사고 소식 가운데는 최전방 초소에서 한 명의 병사가 총기사고로 숨진 사고도 있어 ‘기강’을 말할 빌미는 되겠다.

하지만 한달 남짓에 천안함 침몰 외에도 해군 대잠헬기 2대, 육군 헬기 한 대, 공군 전투기 2대가 잇달아 추락해 많은 젊은이들이 숨졌다. 대잠헬기 링스 1대는 진도 앞바다에서 추락하고 1대는 사흘만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 F-5 전투기의 잇단 추락이나 야간 훈련 중 추락한 육군 500MD 헬기 사고까지 이 모두를 단순히 ‘기강’ 문제만으로 몰아갈 일은 아닐 성 싶다.

원인 규명이 어떻게 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해 미리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지만 단지 가능성 단계에서 조종미숙이라거나 정비 결함이라는 쪽으로만 미리 예단하는 듯한 군 당국의 태도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조종 미숙이나 정비 결함을 얼핏 기강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래 국방예산의 배분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연결 지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느라고 국방예산을 줄여서 그렇다는 논의도 일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정부를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 민간 CEO의 사고방식으로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해 두 번 갈아야 할 부품을 한 번만 갈게 하지는 않았을까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실상 평화시의 군대는 예산 잡아먹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대표적 집단이다. 더욱이 자체적인 무기 생산 비중이 극히 낮은 한국의 군대는 낭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군대에 효율성을 심으려면 머릿수에만 의지하는 군대가 아니라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를 만들 일이다. 국방예산 압박하는 식의 효율성 요구는 결국 군의 속성을 외면함으로써 유사시에 무력한 군대를 만들어가는 극히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

진정으로 효율적 군대를 만들려면 외교력으로 방어하며 최첨단 무기의 자체 생산에 좀 더 투자하고 양보다 질을 높이는 국방정책을 서두를 일이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든 집권기간 내에는 생산보다 수입이 더 효율적이겠으니 장기적 비전 없는 정권에 기대할 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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