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의 전망
미`중 환율전쟁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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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 것은 이미 여러 차례다. 이런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3월 중에도 미`중 사이의 환율전쟁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중국이 미국 달러를 배제한 새로운 통화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사실도 지난해 하반기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로 확인된 바 있었지만 미국으로서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무역적자 해소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위안화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려 미국 시장을 중국산 저가 상품으로 휩쓰는 데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 소비자 시장 상품의 20% 가량이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라고 하니 이런 값싼 상품들이 일시에 사라지면 미국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 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되살리는 일이다.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늘어난 실업문제의 해소가 물가 문제에 앞서는 현안인 것이다.

미국 스스로 달러 약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위안화를 약세 기조로 유지하는 한 그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미국의 수출경쟁력은 회복되기 어려우니 속이 탈 일일게다.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줄어들 수밖에 없는 가장 이유를 환율에서 찾는 것도 그런 점에서 타당성이 충분하다.

물론 국제정치역학 측면에서 보자면 무한질주 하는 듯 보이는 중국의 고속성장에 대한 경계 심리도 있을 터이다. 현재 미국의 힘으로는 중국을 밀어붙이기에 힘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도 지리멸렬하는 미국이 계수상의 군사력의 우위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수준도 아니니 금융 수단 외에는 해법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사단은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를 중국이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림으로써 발생했다. 중국으로서는 여러 이유로 인해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의 평가절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전쟁에 당장 뛰어들 일은 없겠으나 2030년대까지의 장기적인 전략으로 미국 이후의 패권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준비는 착실히 해나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전략으로 저가상품이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물량 공세를 멈출 수 없을 것임도 확실하다. 현재 미국 시장 내에서 중국의 저가상품들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현재의 시장 점유율만으로도 미국 시장이 한꺼번에 닫히는 일이 없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거칠 것도 없겠다.

그런 전략이 굳이 아니더라도 중국으로서는 지금의 성장 속도를 결코 늦출 수 없는 자국 내 사정이 상존하고 있다. 중국의 중심 민족이라는 한족 외에도 55개 소수민족이 무리하게 병합된 형태인 중국 사회는 늘 변방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 요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초고속 성장은 철저히 동부 해안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진 극히 불균형한 성장이어서 이 성장의 과실을 조속히 변방지역까지 확산시키지 않으면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현재의 중국으로서는 무조건 버티기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협상과 타협 끝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 생색내기 수준의 미미한 위안화 절상은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빨라야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쯤 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답답증은 더 커질 듯하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 속에 낀 우리의 처지다. 자칫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 날까 염려가 크다. 과거에도 중국 위안화를 겨냥한 미국의 화살이 동북아 3국 전부로 향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성동격서의 동양 고사를 미국이 활용하는 격이다.

환율 아니고도 우리 같은 작은 나라들은 어느 누가 패권국가가 돼도 즐거울 일이 없다. 고작해야 패권국 앞에 줄 잘 서서 비위 맞추며 안전을 보장받는 수준이겠으나 그 안전이란 게 노상 머리 위에 도끼 매단 줄 걸린 형국밖에 더 되겠는가.

국제사회는 지금 중심축이 바뀌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데 우리는 코앞의 공깃밥에만 정신이 팔려 허우적대는 꼴이다. 이러다 다시 소중화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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