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강만수 효과
놀라운(?) 강만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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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3월말로 만료된다. 그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인 듯하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한은 총재 후임이 아직도 미궁 속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나 지난 4일 후임 한은 총재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금융시장이 한때 출렁거렸다. 시장은 내정설이 나온 것만으로도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내정설이 나온 이날 시장의 반응을 보자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0원이 떨어져 출발했으나 내정설이 나돌면서 낙폭을 크게 줄여 1.9원 하락하는 선에 그쳤다.

채권시장은 5년 만기 국고채가 전날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4.56%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나흘 만에 하락 반전해 전일보다 4.24포인트(0.26%) 떨어졌다.

시장이 이토록 놀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던 그의 정책이 크게 변했을 가능성이 없어 그가 금융계에 복귀할 경우 환율과 금리의 인위적 조정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기업 위주의 고환율 정책을 선호하지만 시장은 이를 현 정부 최대의 경제 실책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시장 반응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40년 전의 꿈을 꾸고 있는 사이 시장은 이미 글로벌 체질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강만수 위원장 본인은 “차기 한은 총재직에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그의 그런 발언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은 듯하다. 조속히 차기 한은총재가 결정되고 시장의 안정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강만수 위원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하고 이미 웬만큼 자율성이 붙은 금융권은 여간해서 한은 총재가 정부의 일방적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 힘든 분위기라는 점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에 찰만한 한은 후임 총재로 여전히 강만수 위원장은 유력한 후보로 남아 있는 셈이다.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한은 총재직을 희망했고 금융권에서도 유력한 차기 한은총재로 꼽아왔다고 하나 그가 최근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행 총재직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는 가능성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그 밖에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 특임대사, 박영철 고려대 교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박철 리딩투자증권 회장 등도 후임 총재로 거론은 되고 있으나 뚜렷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금융권의 희망과 무관하게 청와대는 강만수 위원장을 여전히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내정설 소문은 그런 청와대의 기류를 시중에서 점검해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됐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강만수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시절 한은과의 마찰이 심했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전혀 달가워할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고자 ‘작은 정부’를 유예하고 재정 및 통화 확대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에 그가 적합한 인물이냐는 의구심도 있다. 부동산 버블을 경계해야 하는 시장 상황이나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 정부 입장에서 그가 적절한 인물인가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IMF 당시에도 정치 논리에 맞춰 행동한 전력이 있고 청와대는 그런 그에 대한 변치 않는 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필요보다 정치적 요구에 맞춰 행동할 인물로 선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은 총재가 인사청문회의 대상이라도 된다면 현 정부인들 강만수 위원장을 마음껏 밀어붙이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다. IMF 책임론을 무리하게 돌파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청와대의 뒷심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도중하차를 당한 것이나 진배없는 퇴진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인사청문회법 상으로 한은 총재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한은 총재를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 개정도 물 건너간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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