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감사 자리는 금감원 'OB 동문회'(?)
금융권 감사 자리는 금감원 'OB 동문회'(?)
  • 전종헌·서지희 기자
  • cap@seoulfn.com
  • 승인 2010.03.0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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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저축은행까지...낙하산 인사 '옛날 뺨친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서지희 기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가 되살아 났다. 과거보다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놓고 금감원 'OB 동문회'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감사공모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왜 했는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에 착착 들어앉고 있다. 부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신임 감사로 정민주 전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을 선임했다.

이달 감사 임기가 끝나는 하나은행도 후임 감사로 금감원 출신 모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에는 국민, 신한, 씨티, SC제일은행, 대구, 전북은행 등에 금감원 출신 감사가 이미 둥지를 틀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2금융권에도 '낙하산'은 떨어지고 있다. 제일화재와 합병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주총에서 이성조 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선임했다.

낙하산 인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상반기에는 삼성증권과 하나대투, KTB, 유진, NH, 동부, 현대, 신영, HMC투자증권 등 증권회사들의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진출한 바 있다.

하반기들어서는 주로 저축은행들이다. 한국, 서울, 솔로몬, 신민, 푸른저축은행 등 상당수 저축은행에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나 사외이사로 진출했다. 몇몇 저축은행에는 국가정보원이나 국세청 인사가 자리를 차지한 곳도 있다.

저축은행들을 회원사로 둔 저축은행중앙회는 작년 8월 신임 회장에 주용식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을 선출했고, 부회장에는 이용찬 전 금감원 상호금융서비스국장이 선임됐다.  

새 정부들어 주춤하는가 싶던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살금살금 되살아 나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노골적이다. 퇴직을 앞둔 금감원 인사들 간에 서로 대우가 좋은 회사에 가겠다고 자리다툼을 벌인다는 낯뜨거운 얘기까지 들린다. 설사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같은 소문이 금융권에 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해당 금융회사들이 낙하산을 '자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낙하선 인사가 만연했을 당시 그랬던 것처럼. 이를 뒤짚어 보면, '관치금융(경영간섭)'와 연결돼 있다. 바람막이로서의 '힘있는' 감사를 찾다보니 금감원 출신이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당사자 격인 금융당국의 반론도 그럴싸하다. 함축하면, 과거와 똑 같은 '낙하산'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전문성을 활용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거론한다. 전혀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문제는 이같은 주장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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